종합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 유가족 곁으로’ 행사 개최·미사 봉헌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4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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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비극의 산업재해
더 이상 없는 노동 세상 오길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 촉구

5월 21일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열린 ‘산재 유가족 곁으로’ 행사에서 서울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시몬 신부가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 추모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고 우리 사회 노동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는 5월 21일 서울 동자동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산재 유가족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고, 산업재해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산재 유가족 곁으로’를 진행했다. 이날 미사와 행사에는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3명이 참여, 고인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공유했다.

방송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故) 이한빛(프란치스코) PD의 어머니 김혜영(사비나)씨는 “한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된 인력이 비정규직 90여 명에 정규직은 고작 5명뿐인 현실, 그리고 폭언과 비정규직 차별, 부당한 해고가 만연한 업무환경에 분노했던 아들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도 행복해야 한다’고 외치다 아무도 듣지 않는 현실을 목격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한빛이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나 힘들지만 한빛이를 기억하는 이 과정이 우리 사회, 청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특성화고 현장실습 중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故)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비오)씨도 마이크를 잡고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산업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가족의 증언이 끝난 뒤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를 주례한 김시몬 신부는 강론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이런 자리에서 함께 작은 힘을 모은다면 곧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와 인천·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5월 17일 부산 경동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故) 정순규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 교구 노동사목위는 “1심 재판부는 부실하게 조사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결과와 목격자도 아닌 하청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낮은 형량을 선고했고, 그마저도 집행을 유예했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더욱 엄격하고 정확한 법의 잣대로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