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희 대주교 구술/권은정 글/344쪽/1만8000원/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항구도시 진남포. 이곳에서 나고 자란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는 어린 시절, 매일 새벽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진남포성당으로 향했다. 라틴어로 거행되는 미사에 뜻도 모르고 문장의 앞머리만 외워 우물쭈물하다가 마치기도 했던 여덟 살 된 복사. 이 소년은 훗날 대주교가 됐고,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썼다.
72년 전 일어난 민족의 아픈 역사인 6·25전쟁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됐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베드로 신부)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 구술사 채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두 번째 구술사는 윤 대주교의 입을 통해 완성됐다. 일제의 폐교 위협에도 학교를 지키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진남포본당 주임 스위니 신부를 보며 사제의 꿈을 키운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가는 길을 배웠던 덕원신학교 신학생 시절, 그리고 해방 이후 북한 지역에 확산된 종교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까지. 윤 대주교는 70여 년 전 북한교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