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11)지동본당 오용일씨 가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4-26 수정일 2022-04-26 발행일 2022-05-01 제 329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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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유아세례”

양가 조부모, 신앙 생활·봉사에 ‘열심’
8·9·11살 자녀는 첫돌에 유아세례
온가족 모두가 하나의 신앙으로 일치

오용일씨 가족이 4월 23일 성가정 축복장을 들고 지동본당 성모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빛나양, 재준군, 오용일씨, 유리양, 나미희씨.

오용일(요셉·41·제1대리구 지동본당)·나미희(안나·40)씨 부부의 세 자녀는 모두 첫돌을 맞아 유아세례를 받았다. ‘유아세례야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부부의 확고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여기에는 하느님께 받은 생명인 유리(비비안나·11)와 재준(대건 안드레아·9), 빛나(아가타·8)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이런 소신은 부부가 신자 가정에서 성장해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배경과 맞물려있다. 특별히 양가 어머니들은 본당에서 소공동체 구역장, 성가대, 전례부 활동 등 여러 봉사를 맡았고 지금도 활동 중이다. 오씨와 나씨는 늘 집이나 본당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는 부모님을 보며 자랐기에, 매주 성당에 가고 단체에 참가해 봉사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학창 시절 성가대 단원이었던 오씨는 현재 본당 상임위원회 부총무를 맡으면서 전례부에 소속돼 있다. 결혼 전부터 오랫동안 전례부 활동을 했던 나씨는 올해 첫영성체 학부모 대표와 소공동체 반장으로 임명됐다. 나씨의 ‘반장 임명’ 소식에 시어머니는 부근 신자들에게 떡을 돌렸다. 이 가정이 성가정 축복장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것이 ‘양가 아버지 어머니 모두 하느님을 첫 순위에 모시고 생활하셨고, 또 그런 부모님 아래에서 받은 신앙적 가르침 덕분’이라고 여긴다.

오씨 가족의 신앙생활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미사 참례가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은 지난해에는 40회 이상의 주말에 캠핑을 떠났다. 그래도 주일미사 참례는 가장 우선되는 사안이었다. 가까운 곳에 가게 되면 주일에 일찍 캠핑장을 떠나 본당 미사에 참례했고 거리가 먼 곳이면 인근 성당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가족 캠핑은 전국 성당 투어가 됐다. 이 원칙은 해외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씨는 “기본일 수 있는 미사 참례를 열심히 한 노력이 부부에게나 아이들에게 신앙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밑바탕이 되고, 하느님을 섬기는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용일씨 자녀들이 둘러앉아 저녁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리양, 재준군, 빛나양.

5학년이 된 유리양은 2020년 첫영성체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첫영성체 교리가 중단됐다가 다시 이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에 힘겹게 첫영성체를 했다. 교리 기간 중 매일 미사에 30회 참례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프랑스 가족 여행 기간과 겹쳤다. 그래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보다는 성당을 찾아 매일 미사를 봉헌했다. 올해 첫영성체를 준비 중인 재준군은 성경 필사와 매일 미사 참례를 힘들어했지만, 최근 미사 참례 횟수를 다른 친구들보다 두 배 정도 빨리 달성한 결과에 뿌듯해하고 있다. 자신이 외울 수 있는 기도문이 생긴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빛나양은 엄마와 함께 항상 잠들기 전에 기도하는 습관이 들어서 이제는 혼자 기도하고 잠을 청한다.

부부에게 신앙은 모든 어려운 것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나씨는 “살면서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고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양가에서 힘이 돼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함께 아픔을 나눠주셨다”면서 “그런 순간순간들이 가족 모두가 하나의 신앙을 갖고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양과 재준군의 첫영성체 준비 과정은 오씨 가족에게 기도를 더 많이 접하는 좋은 기회였다. 오씨와 나씨는 번갈아 가며 아이들 손을 잡고 새벽 미사 등 매일 미사에 참례했고, 막내 빛나양도 함께 미사에 따라나서며 저절로 기도 분위기에 젖어 들고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기도와의 만남은 가족 전체의 신앙 성장의 큰 지렛대다.

아이들 나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기도문 외우기를 힘들어하고 어렵다며 하소연도 하지만, 그것도 부부에게는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어느 수도자의 조언처럼 아이들이 ‘주님께 한 발 더 다가가는 모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이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기 위해서는 일상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부는 “앞으로 자녀들에게 봉사하며 살아가는 삶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삶 안에서 신앙을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기도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물었다. 부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같이 손잡고 성당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족끼리 같이 밥 먹으며 식사 기도를 한다든지, 사소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실천해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