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활발한 중고 거래, 환경 파괴 막는 ‘아나바다’ 될 수 있을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4-26 수정일 2022-04-26 발행일 2022-05-01 제 3292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코로나19 시대 들어 관심 폭증
경기침체로 알뜰 소비 확대
중고 거래 플랫폼 확대도 원인

2020년 11월 수원교구 성남 서판교본당 신자들이 환경캠페인 아나바다 나눔 바자에서 재활용 물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중고물품 거래는 새로운 아나바다 운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국적으로 두 가지의 국민운동이 펼쳐졌다. 하나는 금 모으기, 다른 하나는 ‘아나바다 운동’이었다. ‘아나바다’는 필요한 것은 ‘아껴 쓰고’, 내게 많은 것은 이웃과 ‘나눠 쓰고’, 내게 필요 없는 것은 옆집과 ‘바꿔 쓰고’, 새것을 사는 대신 있는 것을 ‘다시 쓰는’ 운동이다.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아나바다 운동의 대상인 중고물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경제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로 ‘중고’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따라서 중고물품의 구매와 사용의 사회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그 자체를 합리적 소비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고물품에 대한 인식 변화는 뚜렷하다.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2020년 10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 10명 중 7명(67.1%)이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고 답했다. 대부분(76%)이 실제로 중고물품을 ‘구매’했고, 절반 이상(62.1%)이 ‘판매’한 경험이 있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응답자의 68.9%가 중고물품 거래는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 소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중고물품 거래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이동과 면대면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대면 거래가 익숙해지고,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의 성장에 따라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이 이끄는 2020년 국내 중고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2021년 현재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1600만 명, 번개장터는 1700만 명, 중고나라는 무려 2500만 명에 달한다.

거래되는 중고물품은 과거 주로 IT 기기가 중심이었지만 2020년 이후 의류와 문구, 유아용품 거래가 빈번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지속돼 자녀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거래량 1·2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옷과 책이 1·2위였다.

이처럼 시대적 변화, 특히 코로나19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중고물품 거래의 폭발적 성장은 내수경기침체로 인한 알뜰 소비 욕구, 그리고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 세대의 ‘소유’보다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 수많은 지역 거점, 즉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거주하는 동네에서 거래가 이뤄져 신뢰할 수 있는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이 토대를 제공한다.

IMF 시기에 관 주도로 본격화된 아나바다 운동은 국난을 극복하려는 시민들의 열의로 이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국민운동이자, 생태환경 파괴를 막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끊임없이 복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중고물품 거래는 현재의 사회 상황이 촉발한 새로운 아나바다 운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