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철거 앞둔 진도 팽목성당서 8년간 봉사해 온 손인성·김영예씨 부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4-13 수정일 2022-04-13 발행일 2022-04-17 제 329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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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기억의 공간 사라져도, 세월호 아픔 잊지 않겠습니다”

손인성(오른쪽)·김영예씨 부부.

“8년 아니라 80년이 지난다 해도 어떻게 세월호의 아픔을 잊겠습니까?”

진도 팽목성당 지킴이로 지난 8년을 한결같이 살아 온 손인성(스테파노·74·광주대교구 진도 진길본당)·김영예(바울라·70)씨 부부는 팽목성당 철거 소식에 무거운 표정으로 “지난 8년 세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손씨 부부는 세월호 참사 나흘 뒤인 2014년 4월 20일 세월호 천막성당 설치에 참여하기 시작해 매일 낮 12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팽목성당을 찾아 성당을 관리하고 오후 2시 공소예절을 주관했다. 사비를 들여 팽목성당을 찾는 순례객들에게 커피와 간단한 식사도 대접해 왔다.

김영예씨는 “사람의 생각으로 팽목성당에서 봉사했다면 다른 종교들처럼 1년 정도 하고 그만뒀을 것이지만, 하느님께서 보내서 왔다는 신념을 갖고 8년 동안 변함없이 봉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조롱하거나 봉사자들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인간적으로는 무서웠어도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을 한다는 믿음으로 팽목성당을 지켰다”고 밝혔다.

손씨는 세월호 선체가 2017년 목포신항에 거치된 후에도 “참사가 발생한 진도 팽목항을 찾는 순례객들의 발길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이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를 한 후에 팽목성당을 꼭 방문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팽목성당과 팽목 등대 주변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수백 개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고, 추모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김씨는 팽목성당이 천주교 선교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팽목성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큰 위안을 받는 것을 넘어 정서적으로 의지해 왔기 때문에 팽목성당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씨 역시 “교구와 진도군이 다시 한번 협의를 잘 해서 팽목항에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세월호 기억관’이 건립될 때까지는 팽목성당을 유지해 주시면 좋겠다”며 “팽목성당 자리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희생자 시신 확인에 앞서 대기하던,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도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인성씨 부부는 “팽목성당이 부득이하게 철거된다 해도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마음을 모아 설치해 놓은 ‘세월호 팽목기억관’에 매일 들러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