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빈곤층이 더 피해입는 기후위기… 대책 시급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4-05 수정일 2022-04-05 발행일 2022-04-10 제 328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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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경제성장 결과
무한 이윤 창출 과정에서
가난한 이 착취·파괴 발생
자본주의 체제 대전환 필요

지난해 10월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기후정의’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자료사진

기후위기는 근본적으로 불평등의 구조를 드러낸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다를 뿐만 아니라 파괴된 생태환경의 피해도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정의로운 전환’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국내 생태환경 활동가들의 연대, 상반기 중 공식 출범하는 ‘기후정의동맹(준)’은 3월 29일과 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 정의 포럼’을 개최했다. 29일 오전 포럼 기조발제를 맡은 한재각 집행위원은 기후위기를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착취와 파괴의 결과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자본주의 체제가 무한 이윤 창출과 축적을 위해 끝없이 경제 규모를 성장시켰고, 그 과정에서 착취와 파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착취가 기후위기를 낳았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재생산 위기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결국 기후위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현재의 맹목적 자본주의 성장 체제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정의의 당위성은 기후위기의 책임 소재와 피해 현황으로부터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28일 내놓은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 실무그룹 보고서 ‘기후변화 2022: 영향, 적응 취약성’은 “기후변화는 재난을 만들고 그 영향은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결정적으로 줄지 않는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때 2100년 해수면이 75㎝ 상승하는데, 취약한 지역의 주민들은 폭풍, 가뭄, 홍수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더 높다.

2013년 5월 25일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의 버려진 집. 섬주민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높은 파도가 엄습하는 집을 버리고 기후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났다. CNS 자료사진

결국 기후위기의 대응에 있어서 핵심은 ‘기후정의’와 형평성이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과 국가에 대한 고려와 지원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기후정의에 입각한 기후위기 대응이 필수적이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와 자연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정의’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정당한 개념으로 인정된다. 교회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서 정의의 문제에 주목한다.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지구 생태환경 파괴가 단순히 자연생태계의 파괴에 국한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인간,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생존권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통합적 생태론’을 제시했다. 그러한 맥락 안에서 교회도 기후정의에 대해 민감하다.

교황은 “우리는 기후 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해야 한다”(「찬미받으소서」 52항)며 ‘생태적 빚’에 대해 강조한다. 특히 교황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환경의 파괴에 전혀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현실에 대해서 개탄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모든 개인이 자기 몫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결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의 불의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교회는 지적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