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창간 95주년 특집] ‘함께 걸어가는 길’ - 세계교회 시노드 상황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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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시아·아프리카 ‘적극 참여’… 아메리카는 ‘미온적’
8월까지 교구 단계 진행
대륙별로 진행 상황 달라

전 세계 교회 또한 시노드의 첫 단계로, 8월까지 이어지는 교구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은 지난 2월 시노드 초기 단계를 점검하고, 지역적으로 편차는 있지만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교회는 어떻게 시노드 교구 단계를 진행하고 있을까? 각 대륙별로 현재 진행상황을 알아본다.

지난해 9월 30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 2차 회의 개막식.

■ 유럽

유럽교회에서는 교회 안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이번 시노드 교구 단계에 임하고 있다.

교회 내 여성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성찰은 중요한 주제다. 네덜란드 가톨릭여성네트워크는 시노드 주제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적용한 설문을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1월 17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한 달 만에 수천 개의 답변을 받았고, 지역사회와 교회 신문, SNS를 통해 공개했다. 3월말까지 모인 최종 결과는 4월 8일 토크쇼 형식으로 공개하고 이후 네덜란드 주교회의로 전달, 교구 보고서에 종합한다.

독일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와 별개로 2020년부터 전국 시노드인 ‘시노드의 길’(Synodal Way)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와 평신도 조직인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가 공동주관한다. 두 시노드는 모두 2023년에 폐막된다.

독일교회의 ‘시노드의 길’은 첫째 성직자와 평신도가 동수로 참여하고 각각 한 표의 투표권을 갖는다. 둘째 광범위한 주제, 특히 교회 내 권력 구조, 동성애 등 성윤리, 여성 부제, 기혼 사제, 평신도의 주교 선출 참여 등 논란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2월 3-5일 열린 제3차 총회에서 내놓은 제안은 주교 선출에 평신도를 참여시키고 여성 부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총회는 5차례 열리고, 2023년 폐막 후 교황청에 결과를 제출한다. 독일교회는 개혁안이 2023년 10월 교황이 주재하는 주교 시노드 본회의에서 논의될 것을 기대하지만 교황청은 이러한 논의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2월말까지 전국 100여 개 본당에서 시노드 모임을 열었다. 마드리드대교구는 교회 내 모임뿐만 아니라 정치인, 대학교수, 노조와 노동자들, 기업가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초청해 현안들을 논의하고 교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월 21일 열린 대학교수들과의 만남에서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시대착오적인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초월적 의미를 시대적 조건에 맞게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시부교구장 조셉 힐 주교가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 아시아

아시아에서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특히 감염병 팬데믹과 잇따른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필리핀교회는 시노드 과정 참여에 적극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시노드 개막 이전부터 가장 큰 장애였고, 모임과 회의가 어려운 비대면 상황에서 특히 소외된 이들에 대한 접근이 극도로 어려웠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민다나오와 비사야스 지역을 강타한 태풍 라이로 인해 필리핀은 극도의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필리핀 전역에서 시노드 참여 수준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개막 전 사전 조사에서, 84명 대주교와 주교, 1만여 명 사제와 1000여 명 수녀들이 시노드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고 있다.

인도주교회의 산하 평신도위원회는 전국 단위의 세미나와 토론회를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평신도 단체 대표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미나가 인도 전역 174개 교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 아프리카

아프리카교회에서도 아시아교회와 마찬가지로 서구 교회들에 비해서 시노드 과정에 대한 열의가 돋보인다. 특히 아프리카교회에서는 시노드 관련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 시노달리타스 이니셔티브’(ASI)는 아프리카 교회들이 시노드 과정에 참여하도록 돕는 연대 기구로 다양한 시노드 관련 자료들을 제작해 보급한다. 이들이 제작한 동영상 ‘아프리카 주교단 시노드 메시지’는 3명의 아프리카 주교들이 시노드 모임 체험을 나누고, ‘시노드 교구단계 개막’에서는 모든 계층의 그리스도인들이 의견과 체험을 나눈다.

아프리카에서 라디오는 주요한 홍보매체다. 케냐 뭄바사대교구 가톨릭 라디오방송국인 ‘라디오 투마이니’(Radio Tumaini)는 시노드의 의미와 중요성, 경청의 의미 등을 담은 특별 대담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모든 신자들은 시노드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이번 시노드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지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케냐 카쿠마 난민 캠프는 22개국 22만여 명의 난민들이 거주한다. 살레시오회가 푸코 선교 수녀회와 예수회의 협력으로 이들에 대한 사목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시노드 정신에 따라 난민들의 시노드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22년 1월 26일 미국 필라델피아대교구 죄 없는 아기 순교자 본당에서 본당 주임 토마스 히긴스 신부와 본당 사목위원들이 신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 아메리카

아메리카교회의 경우 의외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교회에 대해 시노드 여정에 대한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가 지난해 10월 시노드 개막 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시노드 팀이 구성된 교구는 176개 교구 중 절반이 안 되는 80개 교구에 그쳤다.

시노드 개막 이후에도 무관심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 타일러교구 등 적지 않은 교구들의 경우, 신자들이 교구 홈페이지에서 시노드와 관련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고, 교구 단계와 관련된 아무런 사목적 계획도 입안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샌디에고, 뉴어크, 뉴저지, 시애틀, 워싱턴 D.C.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의지에 공감하는 지역의 교구에서는 차분하지만 조직적인 시노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대교구 웹사이트에서는 시노드 자료와 일정, 동영상, 각종 설문 조사 결과 등 풍부한 관련 자료들을 제공한다. LA와 덴버, 신시네티 등지에서도 올해 초부터 활발한 경청과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24일 시카고 로욜라 대학이 주최한 미국 대학생들과의 온라인 대화에 참여했다. 이 대화는 미국 대학생들의 시노드 교구 단계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교회에 대한 개인적 경험, 좌절과 희망을 전하고, 기후위기와 이주민 난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10월 1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개막미사에서 강론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