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의 시기, 교회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
-김 신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는 대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던 기존의 기준과는 다른, 이른바 ‘뉴노멀’이 필요한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모습의 교회 언론을 구현하기 위해 가톨릭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교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옥 주교: 언제부터인가 제가 느끼기에, 많은 언론들의 기사가 거의 똑같아요. 과거에는 어떤 신문의 특정 기자나 논평자의 글을 찾아보던 시대가 있었어요. 그들의 글이 가진 수려함과 전달력 안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논설을 잘 읽어보며 공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필독서였겠지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글을 통해서 감동을 받기 참 어렵습니다. 특정 기자의 글을 골라서 읽고, 마음이 움직여지고, 행동하게 되는 그런 글들을 찾기 힘들어요. 어쩌면 작은 지면 안에 적힌 작은 글씨를 유심히 바라보는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영상으로 빨리빨리 지나가는, 눈으로 이미지를 읽는 시대가 됐거든요. 깊이 있게 빠져드는 글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가톨릭신문을 비롯한 언론계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현장의 좋은 목소리를 담아서 좋은 글로 다듬어서 읽었을 때 감동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설득이 빨리 되는 글이 좋은 글인 것 같아요. 읽었을 때 금방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고요. 취재 기자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담아냈으면 합니다. 단순 사건 사고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교회적인 시선과 감각을 담아서, 읽는 사람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더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요.
-김 신부: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회 언론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명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교회 언론이 절대 준수해야 할 가치, 잃어버려선 안 될 사명이 주교님께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옥 주교: 물론 복음 전파죠.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신앙인이라면 내가 체험한 예수님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의 신앙을 알릴 수 없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이 행복하고 기쁠 수는 없겠지만, 시련을 이겨내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해의 지평이 더 넓어지지요.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였는지 하는 것들을 나눌 수 있다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런 나눔을 통해 하느님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주보에서 신앙을 체험한 신자들의 체험담을 읽어보게 되면, 참 따뜻하더라고요. ‘이런 경험에서도 이렇게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구나’ 하면서 용서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신자들이 내적 변화를 느낄 때 비로소 하느님을 제대로 아는 것이고, 이것이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이 같은 신앙 체험과 변화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합니다. 세상과 담을 쌓은 이야기는 우리끼리 이야기로 머물 수가 있는데, 세상 안에 살면서 느껴지는 체험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신부: 교회 언론의 변화와 쇄신의 근원은 ‘교회 언론 종사자들의 의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교회의 지도와 사목적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교회 언론 종사자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또는 교회가 그들을 위해 해야 할 노력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옥 주교: 각자가 하느님 체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신앙 체험 혹은 하느님 체험이 있으면 사명감이 생기거든요. “내가 하는 일이 보람 있는 일이구나. 이 일이 나에게 의미를 주는 기쁜 일이구나.” 이런 체험들을 할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그게 신앙 체험이자, 하느님 체험이 아닐까요. 가톨릭신문사의 이념과 가치가 가톨릭신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 들어간다면, 직원들이 훨씬 더 힘을 내서 일할 수 있겠지요.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고, 이게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체험의 순간들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직장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하는 등 실생활에서 나누는 신심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치지 않고 일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신부: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주교님의 가르침대로 가톨릭신문이 한국교회 구성원들의 성화와 세상 복음화를 위해 창간이념대로 흔들림 없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