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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인천교구 북방선교 기도공동체 ‘지혜의 샘’ 활동 현장을 가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3-15 수정일 2022-03-15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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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선교 실현하려는 큰 꿈
기도와 찬양·묵상으로 펼쳐
평신도 선교사 양성에 주력
나라와 교회 위한 기도 열정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봉헌

3월 11일 부천시 송내동 ‘지혜의 샘’ 교육관에서 열린 금요 철야기도회에서 ‘카이로저스(Kairosers) 복음문화선교단’과 부부 선교사로 구성된 ‘루멘 젠티움’이 연주와 찬양을 하고 있다.

인천교구 북방선교 기도공동체 ‘지혜의 샘’(회장 한영임 수산나, 지도 이효민 시몬 신부)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북방선교를 목표로 설립된 단체로 남북 교류가 오랫동안 단절된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순 시기를 맞아 북한 교회를 위해 끊임없는 기도의 열정을 불태우는 ‘지혜의 샘’ 활동을 소개한다.

■ 밤을 지새우는 기도

부천시 송내동에 자리한 ‘지혜의 샘’ 교육관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사가 봉헌되고 묵주기도와 찬양이 끊이지 않는다. 신자들의 신앙 성숙을 돕는 신구약 성경 강의도 매일 이뤄진다. ‘지혜의 샘’은 인천교구 소속으로 북방선교라는 뚜렷한 지향으로 기도하고 선교사를 양성하는 단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북방선교는 한국교회가 꼭 감당해야 하면서도 아직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지혜의 샘’은 인간의 방법이 아닌 하느님의 방법으로 북방선교를 실현에 옮길 그날을 꿈꾸며 기도가 중심이 된 신앙인 양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특히 나라와 교회, 가정 그리고 자신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찬양, 묵상으로 밤을 꼬박 지새우는 금요 철야기도회 열기는 사순 시기에 더욱 뜨겁다.

지난 3월 11일에도 오후 7~10시 묵주기도 60단 봉헌에 이어 10시~10시30분 찬양, 10시30분부터 철야기도회 1부로 미사 봉헌과 성시간, 철야기도회 2부로 찬양과 성경강의가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카이로저스(Kairosers) 복음문화선교단’(단장 이신준 요한 사도), 강상범(임마누엘)·김미경(안젤라) 부부 선교사로 구성된 듀엣 ‘루멘 젠티움’(Lumen Gentium, 민족들의 빛)의 아름다우면서 신앙이 담긴 연주와 성가는 미사와 찬양 시간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찬양은 두 배의 기도’라는 말대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지혜의 샘’ 봉사자와 미사 참례자 수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3월 11일 철야기도회에는 연주와 찬양 봉사자 10여 명과 100명 가까운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성시간과 찬양, 성경강의를 통해 자신을 성찰했다.

‘지혜의 샘’ 지도를 맡은 이효민 신부가 2월 20일 ‘지혜의 샘’ 교육관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지혜의 샘 제공

■ 작은 씨앗이 수십 배, 백 배의 결실로

‘지혜의 샘’은 처음부터 북방선교를 사명으로 한 것이 아니었고 평신도들의 작은 기도공동체로 시작했다. 전 인천교구장 고(故) 최기산(보니파시오) 주교로부터 북방선교를 지향하는 평신도단체가 되기 바란다는 뜻으로 2014년 4월 22일 교구단체로 정식 인준을 받으면서 ‘지혜의 샘’이라는 명칭도 부여받았다. 이 명칭에는 북방선교를 하나의 사명으로 하는 인천교구의 목표가 담겨 있다.

‘지혜의 샘’ 역사는 1999년 ‘소망의 지체’라는 기도모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영임 회장이 남편의 사업실패로 인생의 극심한 고난을 겪던 중 하느님을 체험하고 묵주기도에 힘쓰면서 ‘소망의 지체’ 기도모임이 몇몇 신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천교구 정식 인준을 받기 전인 2010년 11월 10일에는 최기산 주교가 ‘북한선교의 열의’를 가지고 있는 공동체로서 고(故) 유영훈(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의 지도를 받으며 ‘지혜의 샘 성령기도회’라는 명칭으로 활동할 것을 문서로 권고하면서 북방선교라는 사명이 분명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혜의 샘’ 미사와 묵주기도, 찬양 등 매일 이어지는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는 1000~2000명에 이를 정도로 ‘지혜의 샘’은 설립 초창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큰 공동체로 성장했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불가피하게 봉사자와 활동 참여 신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회장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힘겨운 부분도 있지만 우리 믿음의 분량대로 하느님께서 채워 주고 계시다”며 “사순 시기를 맞아 평소보다 더 간절히, 본래 사명인 북방선교 그리고 나라와 교회, 가정과 우리 자신의 성화를 위해 변함없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혜의 샘’은 특별히 ‘고리 금식’을 하고 있다. 2월 14일~4월 30일까지 날짜별로 1명~5명을 정해 당일 낮 12시~다음 날 낮 12시까지 만 하루 동안 금식을 한다. 고리 금식은 오래 전부터 하루도 끊이지 않고 이어오고 있는 ‘지혜의 샘’ 전통이지만 사순 시기와 기간이 겹치는 이번 고리 금식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인내와 절제, 극기의 의미를 한번 더 되새기고 있다.

‘지혜의 샘’ 한영임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임원진.

■ 기도에 기초한 선교사 양성에 역량 기울여

‘지혜의 샘’은 북방선교 기도공동체라는 정체성에서 알 수 있듯 평신도 선교사 양성을 가장 중요한 사도직으로 여긴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선교를 위해 제자들을 양성하는 일에 헌신했던 공생활을 본받는 것이면서 ‘지혜의 샘’이 모토로 삼고 있는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 49,6)는 정신의 실천이기도 하다.

‘지혜의 샘’ 평신도 선교사 양성은 ▲중재기도 선교 아카데미: 기도 선교사 양성 ▲신학 선교 아카데미: 마리(Marie) 선교사 양성 ▲말씀 선교 아카데미: 평신도 전문 선교사 양성 ▲찬양 선교 아카데미: 청년 찬양 선교사 양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아카데미와 인천가톨릭대학교 부설 교리신학원이나 인천교구 선교사학교를 거쳐 선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북방선교는 훗날로 기약하면서 현재는 본당이나 교구에서 위탁하는 예비신자 교리, 견진 교리, 피정 강의, 기관단체 교육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지혜의 샘’은 찬양 사도직에도 힘을 기울여 ‘카이로저스(하느님의 시간을 걷는 사람들) 복음문화선교단’ 단원들 상당수가 선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루멘 젠티움’은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수행했고, 올해 가을이나 내년에는 국내 수도회들과 협력해 중국에서 교포 선교도 준비 중에 있다.

이신준 단장은 “우리는 음악을 하는 선교단체라는 생각으로 사명과 비전을 우선하고, 평신도 사도직에 쓰임 받고자 교회의 건강한 가르침 안에서 교육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선교사 또한 “신앙과 음악 활동을 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지혜의 샘’ 공동체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혜의 샘’은 기도로 무장되지 않은 선교는 기초가 튼튼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WITH 로사리 154 & 151’ 캠페인을 지난해 9월 3일 시작했다. 회원 신자들이 각자 형편에 따라 하루에 묵주기도 5단을 4회(총 20단) 혹은 1회(총 5단) 바치는 캠페인으로 3월 12일 현재 49만361단을 바쳤다. 한영임 회장은 “기도는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사순 시기를 보내는 우리 공동체가 북방선교가 실현될 그날을 꿈꾸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와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