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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MZ세대’ 교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15 수정일 2022-02-15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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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2000년대 출생자들
사회 정의·공정성 중시하지만
암담한 미래에 박탈감 높고
종교·영성에 대한 관심 부족
청년 목소리 바르게 이해하고
교회 안에 제자리 찾아줘야

교회와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MZ세대 청년들에 대한 이해와 대화는 교회 청년사목의 최우선 과제다. 2018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CNS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젊은이들은 일상적인 구조 안에서 자주 그들의 불안, 요구, 문제, 상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105항)고 밝혔다. 20대와 30대를 일컫는 MZ세대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인 동시에 교회의 현재와 미래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서 함께 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 MZ세대란?

현재 우리 사회는 MZ세대를 화두로 삼고 있다. 사회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틀로서 해당 시대의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자주 있어 왔다. 베이비붐 세대, 386과 486, X세대와 Y세대, 오렌지족 등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MZ세대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큰 것은 그 정체성과 존재감이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두드러지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MZ세대에서 M은 밀레니얼스(Millennials)를 의미한다.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200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80년생에 주목해 1980~2000년 사이에 출생한 집단에 붙인 이름으로, Y세대와 일부 중복된다. Z는 주로 영미권 학자들이 Y세대 이후 연령층에 임의로 부여한 명칭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을 지칭한다.

두 집단을 한데 묶은 것은 미국 리서치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다. 센터는 2018년 세대 분석 리포트(‘Where millennials end and generation z begins’)에서 두 집단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나로 묶었다.

MZ세대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모바일을 최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 소유보다는 공유,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성을 보인다. 단순히 효용성을 바탕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와 의미를 담은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소비에 있어서도 신념을 우선시한다. 또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과 개성을 중시해 이른바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 MZ세대의 고통, 공정의 갈구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MZ세대에 대한 이러한 규정에 의문을 갖는다. 오늘날 청년 세대가 드러내는 특질들은 연령층으로 나눈 한 집단 계층의 고유한 특징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이 압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 세대와 관련해, 대선을 앞두고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공정’의 문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청년 계층은 IMF 이후 극도의 경제적 혼란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세대이고, 팽창한 문화산업의 혜택을 누렸고, 2008년 한미FTA 반대 촛불과 세월호, 박근혜 탄핵이라는 굵직한 정치적 이슈들을 겪었다.

이들은 고도성장의 결실들을 누리기도 했지만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국가와 사회가 개인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수 있음을 절감했다. 그 결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각자도생이 필연적이지만 그에 필요한 자산의 축적은 불가능했다. 이는 공교육 불신으로 이어졌다. ‘일베’는 민주화, 정의 등 이념에 대한 불신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공정성에 대한 담론은 사실상 이러한 모든 개인적, 사회적 체험에 바탕을 둔다. 기성세대는 MZ세대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MZ세대는 기성세대가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실제로 청년층은 취업과 주거 등 삶의 기본 토대들을 박탈당한 현실을 살고 있다. 암담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영끌’로 나타났다. 3포, 5포, 심지어 7포 등으로 일컬어지는 ‘n포 세대’의 탄식이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에 대한 ‘영끌’은 무분별한 투기가 아니라, 미래를 확보하려는 안간힘이다.

■ MZ세대의 종교와 영성

제도 종교에 소속된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5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21’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탈종교화’ 현상은 심각했다. 종교인 비율은 1984년 44%, 1989년 49%, 1997년 47%에서 2004년 잠시 54%까지 늘었지만 2014년 50%에 이어 2021년 조사에서는 40%로 크게 줄었다. 2000년대 이후 종교인 감소는 청소년층에서 극심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20·30대의 ‘탈(脫)종교’ 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와 전체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관심이 없어서’(54%)였다. “관심이 없어서”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은 1997년 26%, 2004년 37%, 2014년 45%에 이어 2021년 54%로 늘었다. 제도 종교들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것은 현대인들이 제도 종교에 대한 소속에는 관심이 없어도 ‘영성’에 대한 관심은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최근의 조사들에서는 조직화된 종교는 물론, 전반적인 ‘영성’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진 트윈지 박사가 지난 2015년 M세대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M세대가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비율, 종교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비율, 종교 단체를 긍정하는 비율이 베이비 부머나 X세대보다 더 낮다. 이 조사는 퓨 리서치 센터의 2010년과 2014년 조사에서 나타난, 사람들이 제도 종교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신에 대한 믿음은 간직하고 있다는 결론과 배치된다.

■ 동반하는 사목

교회는 오늘날 청년들의 좌절과 고통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발표한 교황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에서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청년들에게서 외면받는 교회의 상황을 인정했다.

예수회 총원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는 2018년 전 세계 예수회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줄어든 일자리, 경제적 불안정성, 점증하는 정치적 폭력, 다양한 형태의 차별… 이 모든 것들이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대 신부(프란치스코, 예수회)는 지난해 10월 6일 제21회 가톨릭포럼 토론에서 “교회는 청년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교회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며 이는 “청년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의 문제이고, 교회 안에 그들의 자리를 찾아주어 그들의 권위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청년사목은 가장 먼저 청년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요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를 주제로 열린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 폐막미사 강론에서 “우리가 여러분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고 귀를 닫았다면 모든 어른들의 이름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MZ세대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의 미래인 동시에 현재다. MZ세대의 집단적 정체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이 응축된 것이며 교회의 청년사목의 출발점은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풀이해서 강조하듯이 청년들의 불안과 요구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청년 사목이 시작돼야 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