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오세일 신부 "원전 오염수 방류, 책무성 결여된 일방적 결정”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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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교회 가르침 바탕으로 반박
“생태·경제·외교 등 복합적 문제 과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지난해 4월 15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각 종단 환경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수회 오세일 신부는 이 문제에 대해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논문을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기고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13일, 2023년 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들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은 일본 정부 방침에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오세일(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지난해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생태적 성찰’을 주제로 한 논문을 기고했다. 논문이 실린 한글판은 1월 말 출판됐다. 오 신부는 논문에서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등 다면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와 공동선, 공적 책무성의 차원에서 검토했다.

오 신부는 먼저 바다는 인류의 ‘공동재’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독단적 결정을 내림으로써 생태·사회·경제·정치·외교적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관리 과정의 안전과 실행 가능성, 공적 책임에 대해 철저히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신부는 안전과 관련, 방사성 폐기물 문제 해결에 대해선 과학적 규명이 불분명한 요소들이 현실적 난제들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가 ‘안전하게’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존의 과학적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변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사성 물질의 유해성과 도쿄전력의 적절한 처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 등 여전히 안전 확보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제 해결 방법의 실현 가능성은 과학과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적이고 경제적 차원에서도 검토돼야 하며, 당사자인 일본 정부와 관련된 사회적, 외교적 차원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한 후 불타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 사진. CNS 자료사진

오 신부는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 대한 ‘책무성’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제도적, 공적 책임 부족에서 비롯된 신뢰의 결핍이다. 특히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인류와 피조물에 대한 자비로운 하느님의 사랑의 관점에서 생태 문제를 바라보도록 초대한다”면서 “신뢰, 책무성 및 신뢰의 사회적 구축 없이 핵-원자력 과학만으로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이처럼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신뢰와 투명성,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정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통합적, 보편적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에서 사회 정의와 세계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에서 강조된 ‘사회적 우정’과 ‘정치적 사랑’이 필요”하며, “일본 정부는 인류애와 보편적 인도주의에 상응하는 책임과 책무성의 기준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