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화재로 무너진 공소, ‘지붕 없는 성당’으로 부활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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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황지본당 상동공소
화재로 경당 외부 벽만 남아
신자들 기도와 후원 힘입어
열린 공간으로 복원할 계획

황지본당 주임 김기성 신부가 상동공소 공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화재로 무너진 상동공소가 지붕 없는 성당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해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원주교구 황지본당(주임 김기성 요한보스코 신부) 상동공소에 화재가 발생, 1층 사제관과 2층 경당이 전소된 일이다. 이 사고로 감실과 성체가 훼손됐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상동공소 경당은 전면과 외부 벽채만 남은 채 사라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석광업소가 있었던 상동읍에 1959년 지어진 상동공소(옛 상동본당)는 고된 노동으로 지친 광부들에게 위로가 되고 영혼의 안식처가 돼 준 공간이었다. 광산업이 쇠퇴하면서 600여 명이던 신자들이 15명으로 줄었지만 상동공소는 광산촌 신앙의 역사를 간직한 채 60년 넘게 상동읍을 지켜왔다.

교회 역사 안에서 의미를 가진 장소이기에 원주교구뿐 아니라 전국의 신자들이 상동공소의 복원을 기원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사순을 시작하며 15명 남짓한 상동공소 신자들은 한 해 동안 묵주기도 33만 단 봉헌을 계획했고, 이 소식을 들은 태백지구 고한·사북·장성 본당 신자들이 기도에 동참해 준 덕분에 40만 단 봉헌을 마쳤다. 또한 신자들은 매주 목요일에 상동공소 복원 및 후원자를 위한 미사와 성시간을 봉헌하며 상동공소 복원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오는 4월 공사를 시작하는 상동공소는 둘러싼 산이 벽이 되고, 하늘이 지붕이 되는 ‘지붕 없는 성당’으로 다시 태어난다.

상동공소 조감도.

황지본당 주임 김기성 신부는 “지난 1년간 복원을 준비하고 묵상하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상동공소는 있는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래서 남아있는 벽을 허물지 않고 남겨둔 채 2층에 제단을 세워 하늘을 지붕삼아 그 안에서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새로 짓는 상동공소 1층에는 경당과 전시실, 친교실을, 2층에는 제단과 소명의 길을 만든다. 외부 벽을 돌며 기도할 수 있게 십자가의 길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문에는 성모상과 영월ㆍ태백지역 광산촌 선교에 앞장섰던 故 이영섭(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동상도 함께 세운다.

김 신부는 “화재 후 상동을 떠난 신자들이 안부를 전하거나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찾아오기도 하셨다”며 “화재사건이 가슴 아프면서도 잊혔던 상동성당을 다시 기억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하느님 뜻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삶의 의미, 소명의식에 대해 묵상할 수 있는 장소이자 더욱 많은 신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소로 복원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후원 계좌: 신협 131-009-636184, 농협 311075-51-019415 (천주교 원주교구 유지재단)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