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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기자, 발로 쓴 성 김대건 신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1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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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발자취 찾아 걸었던 생생한 체험 오롯이 담아
이창훈 지음/206쪽/1만1000원/서교출판사
김대건 성인 순교 150주년을 맞아 1996년, 당시 평화신문(현 가톨릭평화신문) 이창훈(알퐁소) 기자는 남쪽 마카오에서부터 대륙을 거슬러 올라가 두만강 접경 지역의 훈춘까지, 김대건 신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며 생생한 현장을 글로 옮겼다.

그해 4월, 김포국제공항에서 마카오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1836년 12월, 엄동설한의 초입에 한국 최초의 신학생 3명이 7개월에 걸쳐 걸어간 길을 함께하며 어린 소년들이 겪었을 고초들을 떠올렸다. 마카오에 도착해 세 명의 신학생이 수학했던 파리외방전교회의 옛 극동대표부 자리를 찾아 나선 길. 그곳에서 김대건 신부가 공부하다가 틈틈이 휴식을 취했을 지 모를 카몽이스 동산을 거닐고 뼈대만 남은 바오로 대성당 앞에서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찾았다.

가톨릭평화신문 편집국장을 역임, 현재는 한국평협 부설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오래 전 취재하고 썼지만, 여전히 생생한 감동과 울림을 전하고 있는 25년 전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이창훈 기자, 발로 쓴 성 김대건 신부」는 김대건 신부가 가졌던 굳건한 믿음과 확고한 희망의 불꽃을 신자들에게 전한다.

책의 1부는 1996년 당시 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성 김대건과 함께 가는 길’ 국외편과 국내편을 15편으로 나눠 실었다. 김대건 신부의 생애, 김대건 신부의 벗들을 주제로 한 2부의 글들은 김대건 신부와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마카오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앳된 조선 신학생의 흔적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장소 곳곳을 방문한 이 소장은 김대건 신부가 느꼈을 그리움과 아픔, 소명을 향한 깊은 의지를 함께 체험했다. 그리고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책 속에 담아냈다.

나바위에서 시작한 국내 여정은 김대건 신부의 고향인 솔뫼,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용인 골배마실과 한덕골, 경기 일원 사목의 거점이었던 은이공소, 순교한 서울 새남터, 유해가 묻힌 안성 미리내까지 이어진다. 그곳에서 저자는 성인의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거듭해서 질문한다.

이 소장은 “25년 전에 취재하고 쓴 글이어서 배경과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울림이 있다는 격려의 말에 힘입어 용기를 내 책을 만들기로 했다”며 “부족하지만 성인을 알고 배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