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초우사오얀 주교, 홍콩교구장 착좌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11-30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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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그려져 있는 주교 문장 ‘눈길’
기린의 긴 목과 강력한 심장
멀리 보는 비전·관대함 의미
다양한 색의 켈트식 매듭은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 상징

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주교.

예수회 중국관구장이었던 초우사오얀 주교는 지난 5월 홍콩교구장에 임명됐다. 초우 주교는 12월 4일 홍콩의 원죄 없으신 성모 대성당에서 주교품을 받고 교구장에 착좌했다.

착좌식에 앞서 홍콩교구는 초우 주교의 문장을 공개했는데 문장에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기린이 그려져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로, 홍콩에서 기린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홍콩교구를 이끌게 될 초우 주교에게 기린은 어떤 의미일까?

초우 주교 문장의 기린은 방패를 넘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초우 주교는 홍콩교구 주간지 ‘선데이 이그재미너’에 “근시안적인 사고는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비전을 갖고 바라보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또 초우 주교는 머리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기린 심장의 강력한 힘에 주목했다. 초우 주교는 “기린의 강력한 심장은 관대함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초우 주교에게 기린은 관대한 마음으로 넓게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초우 주교의 문장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예수회를 상징하는 태양과 그리스도의 이름 약자 IHS가 그려져 있다.

초우사오얀 주교 문장.

문장 아래에는 사목표어인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Ad Majorem Dei Gloriam)가 새겨져 있다. 방패 가운데에는 다양한 색깔의 켈트식 매듭이 있는데, 이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상징한다.

또 이 매듭 아래에는 빨간색 현수교가 있는데, 이는 홍콩의 칭마대교를 의미한다. 초우 주교는 “칭마대교를 문장에 넣은 이유는 이 다리가 여러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도록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라며 “다리는 사람들이 건너기 위한 것이고, 사람들이 건너지 않는다면 다리는 쓸모가 없다”고 강조했다.

칭마대교는 홍콩의 칭이섬과 마완섬을 연결하는 다리로, 초우 주교 문장의 칭마대교는 홍콩 내부의 분열을 교회가 다리가 되어 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콩 가톨릭신자들도 2019년 범죄인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된 공안의 단속과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실행으로 분열돼 있다. 초우 주교는 교회가 경청과 공감을 통해 교회 내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우 주교는 “일치는 획일성과는 다르다”면서 “아직 어떻게 일치를 이룰지 큰 계획은 없지만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일치하길 바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