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성과신앙연구소 제41회 학술발표회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0-26 수정일 2021-10-26 발행일 2021-10-31 제 3267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성과신앙연구소 제41회 학술발표회 후 곽진상 총장 신부(가운데)와 발제자,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합의적(시노드적) 교회를 향한 여정’ 주제로 10월 20일 개최된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 제41회 학술발표회는 한국교회가 시노드적 교회가 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매우 구체적이고 사목적인 문제를 다뤘다. 발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공동합의적(시노드적) 교회의 쇄신 원리로서의 자비와 식별 : 「복음의 기쁨」을 중심으로 / 한민택 신부(수원가대 교수)

시노드적 교회의 걸림돌은 ‘성직주의’

‘자비’의 신학과 사목 통해 교회 내 권위주의 타파해야

성직자-평신도 친교 이뤄야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을 볼 때 시노달리타스에 담긴 정신은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 능동적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교회가 자신을 친교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노드적 교회를 한국교회 안에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선교적 쇄신 정책에서 지속해서 거론되는 교회 내 걸림돌이며 한국교회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줄곧 제기되어 온 문제, 성직주의 내지 성직자 중심주의는 시노달리타스를 한국에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교회 내 권위주의의 뿌리에는 교의적 권위주의와 성직주의의 교묘한 결합이 자리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신앙 내용인 계시를 하느님 백성의 신앙 체험과 역사와 삶의 자리 안에 위치시켜 계시를 신자들 삶 안에 살아있는 실재로 제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 해석의 주체를 일부 성직자만이 아닌 교회 공동체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교회의 사목적·선교적 쇄신과 그 안에 담긴 ‘자비의 신학과 사목’(자비를 원리로 하는 신학과 사목)은 권위주의를 넘어서 교회 생활 전반에 걸친 선순환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것이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촉구하는 시노드적 교회의 맥락이다.

교황의 쇄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중심축을 복음의 핵심 내용인 ‘자비’에서 찾은 것이다. 이는 성직주의가 교묘히 의지하는 ‘교의적 권위주의’를 근본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방법이다.

교황은 자비의 역동성을 복원시키며 교의적 권위주의와 성직주의를 넘어 신앙 내용을 지금 여기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 자비의 하느님의 다스리심으로 제시한다. 식별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 쇄신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된다.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성직주의를 넘어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협력하여 친교를 이루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직자 중심적 교회 구조와 운영, 성직자들이 과도하게 누리는 권한과 특권 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셨던 사랑과 자비의 존재와 활동 방식이 사제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며, 평신도들에게도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회 삶의 참여, 개인주의적 신앙의 탈피와 세례를 통해 주어진 평신도로서의 고유 신원과 소명에 대한 식별 및 공동체 의식이 요구된다.

■ 공동합의적(시노드적) 신앙 여정을 위한 신앙 감각의 현실적 적용인 대중 신심 / 기정만 신부(수원가대 교수)

초기교회 이끈 ‘대중 신심’ 장려해야

교회 본질인 ‘시노달리타스’

세례 때 받은 신앙 감각 통해 이웃과 형제임을 깨달아야

성령께서 수여하는 신앙 감각이라는 ‘신적 공본성’을 통해 친교적-인격적인 인간 신비가 실현되며, 교회의 본질적 구성은 사회적 제도가 아니라 신덕을 통한 교회 구성원들의 공동합의가 된다. 교회의 본질인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복음화와 선교 안에서, 바로 신앙인이 세례에서 주어진 신앙 감각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요 이웃과 한 형제임을 깨달아가는 여정이다. 대중 신심은 교도권이 신앙인들의 신앙생활과 신앙의 보존을 위해 또 새로운 복음화와 토착화를 위해 존중하며 그 중요성을 인정해 왔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초기 교회 어려움 속에서 대중 신심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부분은 ‘대중 신심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앙을 보존하는 섭리적인 수단이 되어왔다’고 언급한 경신성사성의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 신앙인으로서의 여정에서 필수적인 신앙 감각의 표현인 대중 신심의 활성화는 이 시대의 세상 안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론적인 신앙인의 삶과 새로운 복음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신앙인의 삶을 위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를 모방하여 변모되어감으로써 하느님과의 친교를 체현토록 하는 대중 신심은 바로 시노드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리이며, 이것이 바로 시노드적 신앙인들의 삶이요 교회의 삶이다.

대중 신심을 통한 친교의 영성은 교회 삶과 사명 안에서 지속적으로 길러지고 교육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도권의 대중 신심에 관한 지침과 더불어 교구 직권자들은 한국 신앙인들의 역사와 오늘의 상황 그리고 현재의 문화에 대한 폭넓은 경청과 토론을 바탕으로 올바른 대중 신심을 장려하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신앙인들이 그들 삶과 사명에서 친교와 복음화를 이루도록 배려해야 한다. 성령의 은총인 신앙 감각에 따라 대중 신심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주체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보편 사제직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