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4주년] 팬데믹 시대, 우리 교구는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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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 온라인으로 이어가고 사랑 나눔 영역은 확장
작년 4월 미사 전례 처음으로 방송
이후 교구 곳곳서 온라인 활동 확대
마스크·백신 지원 등 나눔도 변화

지난해부터 휘몰아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삶의 모든 영역에 변화를 일으켰고 그간의 개념들을 새롭게 정립하도록 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대면 중심의 교회 운영 방식도 비대면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소통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소통문화는 앞으로의 교회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가져올 전망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팬데믹 시대, 우리 교구는’을 주제로 그동안 팬데믹 극복을 위해 교구가 벌였던 노력들을 살펴본다. 또 신자들의 신앙생활 모습을 살펴보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전망해본다.

팬데믹 시대,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춰 교구는 온라인 활동과 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팬데믹 시대 우리 교구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국내 확산이 이뤄지면서 2020년 2월 24일 교구는 ‘3단계 사목 조치’를 공지하고 본당 공동체 미사와 교육 및 행사 모임을 잠정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교구 공동체 모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

■ 비대면과 온라인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활동의 강세는 팬데믹이 종교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력 중 하나로 꼽힌다.

수개월에 걸친 본당 공동체 미사 중단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사 참례 인원 제한이 시행되면서, TV와 인터넷 방송 미사 시청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런 경향은 교구와 본당에서 온라인 방식이 활성화되고 비대면이 중요한 소통 채널이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교구 홍보국(국장 김승만 신부)은 2020년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에서부터 미사 전례를 인터넷으로 방송했다. 또 수어 통역 미사를 시도하며 청각장애인들의 미사 참례를 도왔다. 신분증 기능과 교구·본당 소식 전달 기능을 갖춘 ‘본당수첩’ 앱 개발도 눈길을 모았다.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묵주기도 참여하기’ 등 이벤트도 벌여 기도 생활을 독려했다. 특별히 본당수첩 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사 참례자가 제한되고 인원 확인이 필수적으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신분증 기능만이 아니라, 교구와 본당 신자를 잇는 유용한 플랫폼이 됐다.

교구 각 부서도 비대면 온라인을 통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각 대리구 청소년국은 다양한 온라인 수업 형태를 도입해 주일학교 교리 수업의 공백을 막았고, ‘슬기로운 기도생활’, ‘Coming(사)순’, ‘온라인 부모 기도학교’ 등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성경공부 역시 사이버성경학교와 연계한 온라인으로 진행돼 말씀을 공부하려는 이들의 갈증을 채웠다. 지난 10월 10일 폐막한 제25차 교구 성경잔치는 처음으로 일부를 제외한 전체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기록을 남겼다

복음화위원회(위원장 이용기 신부)는 ‘사(제)인가족’ 영상을 제작해 가정 소공동체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노인대학 영상 수업 제작, 노인의 날 찬양 율동 영상 공모 등으로 비대면 온라인의 어르신 사목을 적극 펼쳤다. 성소국(국장 이상용 신부)은 2021년 성소주일 행사를 ‘일상 속의 부르심’을 주제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치렀다. 사회복음화국(국장 김창해 신부)은 생명학교 교육, 자원봉사자 교육, 본당 사회복지분과 교육 등 기존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교육 공백을 막았다.

본당에서도 온라인 활용은 팬데믹 시대 사목의 중심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주일미사와 평일미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본당이 늘어났다.

소공동체와 레지오마리애 등 단체들이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본당 소식을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본당 관계자들은 동영상 편집을 배워가며 방송미사 생중계에 나서는 열정을 보였다. 사제들도 미사 강론을 SNS로 공유하며 신자들과 소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사 영상 중계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도 모임, 피정, 교리 수업, 환경운동 실천 등 소셜 네트워크와 비대면을 통한 소통 범위는 넓어졌다.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용기 신부는 “사목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않도록 애썼고, 거리두기 상황에서 미사 횟수를 늘리고 공간을 확보하는 등 신자들이 보다 많이 미사에 참례하고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실행했다”며 “또 신자들은 많은 변화에도 이를 적극 따르며 가정에서는 공소예절 매일기도 등으로 신앙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 더 어려운 이를 위한 나눔

주목할 것은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더 힘든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는 나눔 행보가 확장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마자 사제단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 모금을 시작했고 2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모였다. 이는 사회복음화국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나눠졌다.

마스크가 부족하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본당이 직접 마스크를 만들고 교구는 기증된 마스크를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이외에도 본당들은 자선 옷가게를 열고 김장을 담그고, 구매 쿠폰 발매 등으로 팬데믹으로 실의에 빠진 이웃과 지역 소상공인들을 도왔다.

사회복음화국은 한 끼 식사조차 어려운 저소득층 지역민들을 위해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고 저개발국 백신 나눔을 위해 ‘사랑의 백신 나누기’ 운동을 전개 중이다. 백신 나눔 모금액은 10월 현재 7억6000여만 원을 넘긴 상태다.

이런 교구 공동체의 모습은 팬데믹 이후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사회현실 안에서 기존의 교회 모습을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쇄신과 변화의 준비로 받아들여진다.

이용기 신부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신앙생활이 활성화되는 한편 팬데믹 상황의 소극적 신앙생활에 안주하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기에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 신부는 “‘하느님 백성들의 모임’이라는 기본적인 가르침에 따라 함께 모여 주님 가르침을 듣고 실천하며 전할 수 있는 부분에 복음화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구는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교육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