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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특집] 연구상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 저자 박재찬 신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5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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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적 체험’ 할 수 있다고 알리고 싶어”
머튼 신부 연구에 천착하면서
관상기도와 종교 간 대화 경험
하느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종교 초월한 영성 이해하게 돼

연구상 수상자 박재찬 신부는 “내가 영적으로 더 깊어지면서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고, 그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면서 자비와 사랑이 우러나온다”면서 “이 같은 깊은 영적 체험이 종교 간 대화로 이어진다고 토마스 머튼 신부님은 설명한다”고 말한다.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하게 된 박재찬 신부(성분도명상의집 원장·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책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은 토마스 머튼 신부(1915~1968)의 불교와의 만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박 신부의 2019년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하다.

“연구상을 수상하게 된 것에 대해 무엇보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상에는 한국과 아시아에 토마스 머튼의 영성을 열심히 알려야 한다는 한국교회의 바람, 사명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별히 한국 내 영적인 부분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그런 바람이겠지요.”

박 신부는 2010년부터 9년 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심리학과 영성신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중 지도교수의 제안에 따라 토마스 머튼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됐으며, 이후 머튼 신부가 수도생활을 했던 미국 겟세마니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피정하고, 그곳에서 열린 불교와의 종교 간 대화를 경험하면서 머튼 신부의 영성에 깊이 천착하게 됐다.

신자 대부분은 토마스 머튼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거나, 영적독서에 관심 있는 이라면 「칠층산」의 작가로 인식한다. 관상생활의 모범으로 꼽히는 머튼 신부는 오늘날 종교 간 대화, 특히 불교와의 만남에 있어 선구자적 인물이다.

머튼 신부는 원래 무신론자였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1938년 영적 체험을 하면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고, 수도사제로서 살아간다. 1958년에는 또다시 영적 체험을 하면서 점점 더 보편적 의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머튼 신부님은 두 번째 영적 체험을 통해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는 의식을 갖게 됩니다. 영적으로 더 깊어지면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고, 그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니 자비와 사랑이 우러나온다는 것이죠. 깊은 영적 체험이 종교 간 대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박 신부는 “서로 다른 종교의 수도승과 관상가들이 협력하고 관상적 대화를 열어 간다면, 종교 간 평화와 영적 깨어남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상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특히 관상적 기도와 대화를 통한 하느님과의 영적 일치가 소위 특별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머튼 신부님은 인생의 영적 여정을 산을 넘는 과정으로 비유하셨어요. 산에 오르다 보면 골짜기나 밤의 어두움과 같은 역경이 있겠지요. 그런 회개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영적 체험이라는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하느님과 만나고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 박재찬 신부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사제로, 2001년 사제품을 받았다. 본원 청·지원 책임자, 성소 담당 등을 맡았고, 한국 남자 수도회 장상협의회 사무국장으로도 일했다. 2010년부터 9년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심리학, 영성신학, 토마스 머튼에 대해 공부했다.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한 수상작으로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에서 수여하는 ‘토마스 머튼 상’을 수상했다.

■ 수상작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

박재찬 신부 지음/360쪽/2만5000원/분도출판사

2019년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로부터 아시아인으로 첫 ‘토마스 머튼 상’을 받게 된 작품이다. 오늘날 종교 간 대화에 머튼 신부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시아 베네딕도회 수도승의 관점에서 상세하고도 종합적으로 다룬 첫 저서로서 의미가 있다.

아시아의 문화적·사회적·종교적 상황에서 ‘수도승 간 대화와 수도승생활 내 대화’를 위한 모델 개발에 불교의 이론과 실천이 머튼 신부의 관상적 영성에 미친 영향, 수도승 간 대화와 종교 간 대화에 머튼 신부의 유산이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