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교회사연구소 심포지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6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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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비오 9세 교황 칙서> 한글 번역본 첫 공개
안양대학교 곽문석 교수 발견
‘조선교회 역량 집대성’ 가치
최양업 신부 번역 참여 여부 등 실물 확인 후 추가 연구 필요

곽문석 교수가 최초로 발견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비오 9세 교황이 1854년에 선포한 칙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 한글 번역본이 10월 1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성 베르뇌 주교(1814~1866) 서한에 언급돼 있었지만, 그 소재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한 칙서다. 이 문헌은 안양대학교 HK+사업단 곽문석 교수가 올해 7월 교황청 도서관 디지털 문서고 자료(분류번호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Sire.L.13)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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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은 성 베르뇌 주교가 제4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재임하던 1863년 11월 25일 조선 한양에서 인준하고 교황청에 보낸 총 54쪽 분량의 문헌이다. 교황청은 칙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반포 후 각 나라에 이 칙서를 보냈으며, 칙서 내용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교황청에 다시 보내도록 했다.

곽 교수는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10월 1일 오후 1시30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2층 홀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조선대목구 설정 190주년 기념 심포지엄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와 조선 천주교회’ 종합토론 중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은 한글 언해본 중 가장 예술적으로 제본된 책이면서 번역 연대가 확실한 매우 희귀한 문헌”이라고 평가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 한국학중앙연구원 조현범(토마스) 박사, 장로회신학대학교 서원모 교수, 곽 교수가 공동연구진을 구성해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연구 성과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연구 발표회도 열 예정이다.

조현범 박사는 심포지엄 종합토론에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이 지닌 영성적, 신앙적 의의를 짚어야 한다”며 “조선교회 인쇄소 역량을 총동원했다 할 만큼 조선교회에서 나온 출판물 중 이만큼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교회가 교황의 라틴어 칙서를 받아 한글로 번역해 교황청에 보냈다는 사실에서 보편교회 안에서 조선교회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문석 교수가 10월 1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2층 홀에서 열린 조선대목구 설정 190주년 기념 심포지엄 중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발견 경위와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종합토론 질의응답에 나선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조광(이냐시오) 교수는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에 ‘비오쥬교’라고 표기된 것에 대해 “교황을 로마의 주교로 지칭할 때가 아니면 교황에게 주교라는 호칭을 쓰는 일은 특별한 경우여서 ‘비오쥬교’ 표기 부분은 좀 더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한건 신부는 “천주교 문헌 연구를 위해 외부 기관과 협업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목판본인지 필사본인지, 가경자 최양업 신부가 번역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성 베르뇌 주교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성 베르뇌 주교의 활동상을 보여 주는 사료를 근거로 박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베르뇌 주교가 열정적인 사명감과 낙관적 인식을 지니고 조선 선교에 헌신했음을 조명했다.

심포지엄은 조현범 박사가 제1주제 ‘베르뇌 주교 서한 자료의 편찬사’에 대해 발표한 데 이어 내포교회사연구소 방상근(석문 가롤로) 연구위원이 제2주제 ‘베르뇌 주교의 조선 선교 활동 - 조선대목구의 수입과 지출을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했다. 마지막 제3주제 발표는 수원교회사연구소 이석원(프란치스코) 연구실장이 ‘베르뇌 주교의 조선 인식’이라는 주제로 맡았다. 이석원 연구실장은 “성 베르뇌 주교는 조선의 관습을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조선의 관습이 유럽보다 훨씬 낫다고까지 인식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