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번 군종신부는 영원한 군종신부’ 의정부교구 성세현 신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30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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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세례 받고 전역한 청년 일일이 연락… “교회 미래 밝히는 일”
7년 군사목 후 지난해 전역
군 영세 후 전역한 청년들 신앙생활 돕는 역할 맡아
군종교구 전산실 협조 받아 올해 전역한 예비역에 연락
신앙 이어가는 이 소수지만 실태 확인만으로도 의미 커
청년 신자 갈수록 줄어들어 군 영세자 향한 관심은 필수
군종교구-민간교구 협력해 청년 복음화 열매 키워내야

의정부교구 성세현 신부는 군종교구 전산실 도움을 받아 군에서 영세하고 전역한 병사들의 신앙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올해 군인 주일(10월 3일) 담화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군사목의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군복음화 사명을 역설하고, 이를 위해서는 군종교구와 민간교구 간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군인은 전역 후 거주지 민간교구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군종교구와 민간교구의 협력 없는 군사목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사목은 ‘온 세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군인 주일을 맞아 군종신부 전역 후에도 군사목에 열정을 쏟고 있는 의정부교구 성세현 신부 활동을 통해 군종교구와 민간교구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 군사목의 희망 찾다

성세현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부국장)는 2013년 7월부터 7년 동안 군종신부 사목을 마치고 지난해 6월말 전역 후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전 군종교구장)로부터 “군에서 세례받고 전역한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활동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성 신부는 군 영세자의 신앙실태 파악이 우선이라 생각해 군종교구 전산실 협조로 인적 정보를 전달받아 군에서 세례받은 뒤 올해 1~6월 전역한 병사들 중에 의정부교구 소속이 된 청년들에게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수는 351명이었다. 전역 축하 인사와 함께 세례명, 현재 본당, 전역 후 미사 참례 여부, 교리교육 관심도 등을 묻는 설문을 문자로 보냈다. 문자 전송은 5~8월, 1명당 2회씩 했다.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응답한 전역 병사에게는 전화를 걸어 문자로 보낸 설문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351명에 대한 설문 결과는 1차 집계를 완료했고 분석과 향후 추진 프로그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설문 결과, 37명은 “신앙생활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14명은 “지금 성당에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신앙생활을 계속하겠다”는 희망적인 답을 보냈다. 나머지 300명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성 신부는 “응답이 없는 이들은 일단 신앙생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비록 군에서 영세하고 전역한 병사 중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비율(4%)이 낮게 나오긴 했지만 성 신부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비율로만 보면 낮게 보일 수 있어도 6개월 동안 전역자 중 14명씩 의정부교구 청년 신자들이 늘어나고 그 수가 매년 누적된다면 청년사목은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성 신부가 진행한 작업은 일정 기간에 해당하긴 하지만 전역 병사들의 신앙실태를 가감 없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종교구와 민간교구가 전역 병사들의 신앙 정착을 위해 행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또한 전역 병사들을 신앙적으로 지도할 적임자로 교구마다 ‘예비역 군종신부’가 있다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 군 영세자는 한국교회의 미래

2017년 7월부터 3년 동안 군종교구 홍보국장도 겸직했던 성 신부가 의정부교구 복귀 후 청소년사목국 부국장 소임을 맡은 것은 군종신부 경력을 살려 군사목과 청년사목을 접목시켜 상승효과를 내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 신부는 군 복무 중 세례를 받은 청년들이 한국교회의 미래임에도 뒤늦게야 그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군에서 신앙을 알게 된 청년들이 전역 후에 그 신앙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도 했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갈수록 청년 신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20대 초반 청년 세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 영세자들에 대한 관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군에서 영세한 청년들의 신앙이 지속될 때에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욱 밝아집니다.”

성 신부는 군사목을 마치고 군종교구 밖으로 나와서 새로이 군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사명감을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한번 군종신부는 영원한 군종신부’가 되는 묵직한 첫발을 뗐다.

9월 24일 교구 청소년사목국 에피파니아센터에서 부서 직원과 전역 병사 신앙 실태 조사 자료에 대해 논의하는 성 신부(오른쪽).

■ ‘병사세례가상본당’ 있어 희망 있다

성 신부가 올해 의정부교구 관내로 돌아온 전역 병사들의 신앙생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군종교구에서 운영하는 ‘병사세례가상본당’ 덕분이었다. 성 신부는 “병사세례가상본당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군종교구 전산실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군종교구가 2015년 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병사세례가상본당은 군 복무 중 영세한 병사들의 교적을 관리하는 전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병사세례가상본당이 운영되기 전에는 통합양업시스템에 의해 군 영세자의 전역일에 ‘전역통지’를 받은 거주지 본당에서 교적을 생성했지만 군 영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교적관리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병사세례가상본당 운영 이후 전역통지를 받은 거주지 본당은 군 영세자가 거주지 본당 신자로 확인된 경우에 교적을 이전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역한 군 영세자는 전역 직후가 아니더라도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때 혹은 견진성사나 혼인성사를 받는 때에 병사세례가상본당에서 거주지 본당으로 교적을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군 영세자의 교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군종교구 2015~2020년 ‘병사세례가상본당에서 각 거주지 교구로 교적 전출’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1만970명이 거주지 본당으로 전출한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병사세례가상본당의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성 신부가 올해 1~6월 전역한 군 영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작업에서 알 수 있듯 ‘전역 후 바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는 소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군종교구와 민간교구가 협력해 풀어야 할 과제다.

군종교구 교육국장 최민성 신부는 “각 교구 예비역 군종신부들이 성 신부처럼 전역한 군 영세자를 위한 사목에 나서려면 예비역 군종신부 자신의 의지와 민간교구 교구장 주교님의 공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군종교구 홍보국장 윤원석 신부도 “군종교구는 성세현 신부의 활동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전역한 군 영세자를 위한 사목이 타 교구에도 확산됨으로써 군사목이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시작이 절반이다

성 신부는 군에서 영세한 전역 병사 신앙 실태를 확인하는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한 뒤 종합적인 결과보고서를 내놓기로 했다. 이 결과보고서는 두 가지 방향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첫째는 전역 병사들 특성에 맞게 교구 차원의 교리교육을 실시하거나 그들을 대학생단체나 청년단체에 연결시켜 주는 등의 자료로 삼는 것이다. 둘째는 내년 중 전국 교구 청소년·청년사목 담당 사제들에게 결과보고서 내용을 공유, 설명하고 전역 병사들을 위한 사목에 타 교구도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성 신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전역 병사들의 전역 후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활동과 함께 입대를 앞둔 신자 청년들이 군복무 중에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도록 안내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이 100배의 열매를 맺도록 좋은 밭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