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전 판암동본당, 전국 성지순례 자료 전시회 열어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9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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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의 감동, 꼼꼼히 정리해 전시했죠”
사목회장 부부가 2년여간 115곳 순례하며 촬영·기록
자료 지속 보완해 순례 교육 프로그램 개설 예정

이영찬씨가 본당 주임 김민수 신부와 함께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영찬씨 제공

대전 판암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은 순교자 성월인 9월 한 달 동안 이색 전시회를 열었다.

1층 강당 앞 로비 한켠에는 전국 성지 관련 자료 파일들과 사진, 도표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벽쪽에 ㄱ자형으로 진열된 전시물들은 전국 성지 115곳의 각종 사진과 안내 자료들이다. 오가는 신자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성지 사진과 자료들을 훑어보며 저마다 “나도 순례를 떠나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자료들은 본당 신자인 이영찬(75·요한)·임무숙(75·마리아) 부부가 전국 성지 115곳을 순례하면서 직접 꼼꼼하게 정리한 것들이다. 이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전국을 순례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팸플릿을 모아 읽고 공부해 일목요연하게 전국 성지 관련 자료들을 정리했다. 부족한 내용은 각종 책자와 인터넷 자료를 통해 보완했다.

각 성지마다 사진과 자료들을 편집해 한 권의 파일로 정리, 다녀온 성지의 수만큼인 115개의 파일들이 교구별로 색깔을 달리해 전시돼 있다. 이씨는 특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김대건 신부의 흔적이 담긴 성지들만 따로 추려 생애 주기별로, 주요한 교회사적 사건별로 정리했다. 조금이라도 성지에 관심이 있는 신자라면 전국 성지를 한눈에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시회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씨가 성지순례에 나선 동기는 신앙인으로서의 기본적인 궁금증이었다. 이씨는 “하느님을 알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인데, 그러면 과연 순교 성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신앙을 실천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궁금증을 풀고 그 의미를 가장 잘 묵상할 수 있는 방법이 성지순례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본격적인 순례에 앞서, 본당 사목회장으로서의 봉사 직무에도 충실했고, 신앙인의 배움은 성경 말씀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에 신구약 성경을 완필하기도 했다.

특히 이씨가 전국 성지를 완주하고 나서 가장 절감한 것은 ‘기도’의 힘이었다. 그는 “순교자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그분들의 모습에서 보인 공통점이라고 느낀 것은 기도였다”며 “그토록 혹독한 고통을 순교자들은 기도로 극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본당 주임 김민수 신부는 “요즘 많은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하지만 이렇게 배우는 자세로 순교자들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묵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떠나기 앞서 그 성지와 순교자들에 대해 배우고, 다녀와서는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자세가 놀랍다”고 말했다.

본당에서는 이씨가 직접 기록하고 정리한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어르신과 청소년들은 물론 본당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지순례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영찬씨는 전국 성지 115곳에 대한 안내자료를 파일로 만들었다.

이영찬·임무숙 부부가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순례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