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성좌 설립 수도회’ 인준 받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8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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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한국인 설립 수녀회
교황청 수도회성 교령 반포
보다 폭넓은 자치권 위임받아
적극적인 사도직 활동 기대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회원들이 2019년 4월 11일 수녀회를 방문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제공

한국교회 최초로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총원장 양기희 수녀)가 성좌 설립 수도회가 됐다.

교황청 수도회성은 최근 교령을 반포,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를 9월 20일자로 성좌 설립 수도회로 인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순교 100주년인 1946년 창립된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성좌 설립 수도회로 거듭나게 됐다.

수녀회는 창립자 무아 방유룡 신부(1900~1986)가 1946년 4월 21일 개성본당에서 윤병현·홍은순 수녀와 함께 설립했으며, 한국교회의 순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적 영성과 문화를 토대로 한민족의 복음화에 헌신해왔다.

총원장 양기희 수녀는 “긴 시간 동안 성좌 설립 수도회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수도회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했다”며 “한국 순교자들의 대축일인 9월 20일 성좌 설립 수도회로 거듭나게 된 것은 본회의 은사가 보편교회 전체를 위한 선물이 되게 하라는 부르심의 표징”이라고 말했다.

수녀회는 2013년 제11차 총회에서 성좌 설립 수도회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2017년 6월 교황청에 성좌 설립 수도회 인준 요청을 했고, 교황청의 요청에 따라 2018년 4월부터 2년여에 걸쳐 모든 회원들이 참여하는 회헌 개정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7월 15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수도회성은 인준 심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거친 뒤, 지난 9월 10일 수녀회에 성좌 설립 수도회 인준 결정을 통보했다. 교령 반포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인 9월 20일로 정해졌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창립자 방유룡 신부와 공동 창립자 홍은순·윤병현 수녀.(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수도회는 “사도좌에 의하여 설립되었거나 사도좌의 정식 교령에 의하여 승인되었으면 성좌 설립”이라고 일컫는다. 교구장 주교에 의해 설립되고 사도좌로부터 승인 교령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교구 설립 수도회에 속한다.(교회법 제589조 참조)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1946년 4월 개성에서 창립됐고, 1951년 12월 교황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이듬해인 1952년 7월 서울대교구 설립 수도회로 정식 인준됐다.

교구 설립 수도회에서 성좌 설립 수도회로 전환됨에 따라 수녀회의 운영과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적지 않은 변화가 기대된다. 교구 설립 수도회는 ‘교구장 주교의 특별 배려’(교회법 594조) 아래 있지만, 성좌 설립 수도회는 “내부 통치와 규율에 관하여 직접적이며 독점적으로 사도좌의 권력에 종속”(교회법 제593조)되어 교황청 수도회성에서 위임받은 폭넓은 자치권에 따라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복음 선포 및 사도직 활동을 할 수 있다. 회원 입회 및 퇴회, 총장 선출과 해외 분원 설립 등에 있어서도 자율적인 의사 결정과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한국교회의 고유한 순교 영성과 은사가 보편교회를 위한 은총으로 주어진다는 데 있다. 양 수녀는 “한국 순교자들에게 시복시성의 영광을 허락해 보편교회의 모범이 되도록 한 것처럼 본회의 은사가 보편교회를 위한 선물이 되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특히 창립자의 영성이 보편교회 안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 대해 큰 의미를 찾고 창립자의 정신을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편 시복 추진에도 좀 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수녀회에는 현재 종신 서원자 489명을 포함해 총 538명의 회원이 있다. 회원들은 국내 16개 교구 100개 공동체와 해외 11개국 19개 교구 19개 공동체에서 본당, 순교자 현양, 교육, 의료, 사회사목 등의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