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분당구미동본당, 신자 상인들 위한 ‘은총쿠폰’ 발행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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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결속 다지고 소상공인 돕는 본당 상품권 인기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소상공인 돕기 위해 기획
공동체 일치와 화합도 도모

분당구미동본당 ‘은총쿠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주임 노희철 신부)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은총쿠폰’(이하 쿠폰)을 배포해 호응을 얻고 있다.

본당은 지난 8월 4일 오후 각 구역 반을 통해 총 1357가구에 1만원권 은총쿠폰을 배포했다. 식당과 카페, 약국, 슈퍼마켓 등 신자들이 운영하는 12개 상점을 쿠폰 사용처로 선정한 본당은 9월 10일까지 쿠폰을 사용토록 했다. 현금으로 반환되거나 잔액 반환을 요구할 수 없기에 쿠폰 금액은 온전히 상점 주인에게 돌아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기획된 은총쿠폰 발행은 본당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도모하는 목적도 지닌다. 본당 구성원들이 쿠폰 사용을 통해 서로서로 어려움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진정한 본당 공동체의 힘을 되새기자는 의미다. 가족이 쿠폰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친교를 나누는 효과도 고려됐다.

지난해 말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지역 소상공인들을 방문해 지원금을 나눴던 본당은 코로나19가 계속되자 보다 구체적인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고민했고, 정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에서 은총쿠폰 방안을 떠올렸다. 이어서 본당 사목회 상임위원 의견을 청취한 후 모두의 적극적인 동의와 후원 속에 발행 결정이 이뤄졌다.

당초 신자와 비신자 구분을 하지 않고 사용처를 정하려 했으나 자칫 갈등이 생길 소지를 염려해 이번에는 신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은총쿠폰이 효율적으로 사용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만을 고심했던 본당 바람대로 쿠폰은 지급되자마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백철균(왼쪽 두 번째)씨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본당 신자가 음식 값 계산에 은총쿠폰을 사용하고 있다.

일식집을 운영하는 백철균(요아킴)씨는 “발행 하루 만에 다섯 가정이 방문해 쿠폰을 사용했다”며 “금액에 앞서 힘든 사정을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격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백씨는 “받은 쿠폰의 액수를 되돌려 본당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폰 사용 신자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지급한다는 김형산(아우구스티노)씨는 “상인 신자들을 위한 본당의 마음이 느껴져 위로가 크다”고 감사함을 전하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본당 신자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이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고 있음을 의식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 더불어 도우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성당에 오는 신자 수가 줄어들어 재정적 어려움도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조금 희생하더라도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교회의 참모습이고 좋은 의향에는 주님이 함께하실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노희철 신부는 “예수님이 ‘하나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되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아야 함을 알게 됐으면 한다”며 “가진 바를 나누는 삶 속에서 초대교회 공동체 모습을 배우는 시간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당은 은총쿠폰 발행 결과를 지켜보고 재발행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