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흑산도 보살핀 천주교 유산, 순례지로 변모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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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신안군 업무협약 따라 흑산성당 일원 근대 문화재 복원 사업 한창
천주교 역사문화관 비롯 교회사 품은 순례길 조성
순례자 위한 숙소도 마련
조사·연구작업도 진행 중

광주대교구가 리모델링해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쉼터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될 흑산문화관광호텔 전경. 흑산본당 제공

우리나라 서남해 최남단에 위치한 광주대교구 흑산성당과 일원의 근대 문화재 복원 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대교구와 신안군은 지난 2019년 12월 4일 흑산성당 일원에 대한 종합적인 정비 및 복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천주교 역사문화관, 선교 및 교육시설 복원, 성지순례길, 순례자 숙소와 피정의 집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약 150여 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이듬해 1월에는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했고 부지 확보 및 사전 행정절차 이행 등을 위해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현재 흑산성당 일대에 대한 정비와 문화재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광주대교구는 운영난에 시달렸던 기존 호텔을 매입, 리모델링을 통해 흑산문화관광호텔로 새롭게 문을 열어 흑산도와 흑산성당을 찾는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쉼터로 꾸미고 오는 8월 30일 개관 및 축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총 53개 객실에 12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다양한 행사와 회의, 워크숍 등이 가능하도록 세미나실과 대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흑산성당은 흑산도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역사적인 장소다. 천주교가 전파되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선교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등 지역 사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58년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의 지원으로 설립된 흑산본당은 그 자체로 흑산도의 산 역사로, 50년대 말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흑산도 주민들에 대한 활발한 구호 활동을 펼쳤다.

흑산성당은 이처럼 흑산도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지역사적 가치와 흑산성당 자체의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8월 문화재(등록문화재 제759호)로 등록됐다.

흑산도는 또한 교회사적으로는 18세기 한국 천주교회 창설의 주요 인물인 정약전이 1801년 신유박해 때 유배를 온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광주대교구와 신안군은 흑산도 전역에 정약전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순례길을 조성하는 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흑산본당 주임 박상선 신부는 “흑산도 곳곳에 흑산도의 역사와 신앙 선조들의 흔적이 담긴 숨어있는 장소들이 많다”며 “다양한 코스의 역사 탐방 순례길을 조성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