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들 매월 셋째 주일마다 수원역서 무료 급식 펼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7-20 수정일 2021-07-20 발행일 2021-07-25 제 325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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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주님” 노숙인에 따뜻한 한 끼

7월 18일 수원역 광장에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저녁 6시경 수원역 매산지구대 옆 광장에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무료 급식을 위해서다. 몇몇 봉사자들과 함께 탁자를 차린 수녀들은 일인용으로 포장해 온 삼계탕을 진열했다. 이미 광장에는 어르신부터 젊은이들까지, 배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시간이 되자 수녀들은 시작기도를 바치고 음식을 나눴다. 삼계탕은 폭염의 여름 날씨를 고려해 준비한 메뉴였다. 코로나19 4단계 격상으로 무료급식소들이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상황에서 노숙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한 끼다.

수녀회는 성 빈센트 영성센터(책임 이순식 수녀) 주관으로 올해 1월부터 매월 셋째 주일 수원역에 나와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수녀들의 ‘자선비’ 나눔이 계기다.

매년 대림 3주 자선주일에 수녀들은 용돈을 모아 자선비를 조성하고 이를 그때그때 가장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데, 지난 2020년에는 모인 금액을 한 끼 식사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놓기로 결정했다.

수원 ‘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정나눔터’와 협의한 수녀회는 마침 식사 제공 일정이 없는 주일 저녁에 맞춰 지난 1월 3일 첫 배식을 진행했다. 이후 매달 식사를 제공하자는 뜻이 모아져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음식 준비는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매월 10명 정도 수녀들의 신청을 받아 본원 주방에서 하루 전날부터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한다. 첫 달에는 약 200명에게 음식을 제공했으나, 요즘은 코로나19 방역 수칙 강화로 검사를 받은 이들만 올 수 있기에 80~100명 정도 인원에게 배식이 이뤄진다.

한 끼를 나누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많은 이들의 수고가 더해진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주님’이라며 기쁘게 음식 준비를 자청하는 수녀들, 매달 식재료나 기부금을 보내오고 차량 봉사 및 현장에서 배식에 참여하는 평신도 협력자들 노력이 어우러진다.

이순식 수녀는 “코로나19로 더욱 살기 어려워진 때에 다음 먹을 끼니를 염려해야 하는 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이나마 밥을 해드리자는 취지”라며 “평신도 협력자들과 함께 봉사하며 서로에게 나눔의 기회가 되는 점도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수녀는 “평신도 봉사자들은 또 노숙인들이 서로 돕고 챙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수녀들의 무료 급식 소식을 듣고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빈첸시안 단체 ‘성 빈센트 청소년회’도 하반기에는 무료 급식에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녀회는 “지역 내에 노숙인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 장소가 여러 군데 있지만 교구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시선을 돌려 나눔 실천의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031-241-2151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