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인천 주안1동성당 화단 가꾸는 100세 오일세 어르신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꽃과 나무 보며 잠시라도 위안 받았으면”

오일세 어르신이 6월 13일 주일 교중미사 후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제가 가꾸는 나무와 꽃들을 보고 신자들이 정서적 위안과 하느님의 신비를 찾는다는 생각에 기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인천 주안1동본당 오일세(바오로) 어르신은 올해 10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성당 입구 언덕을 올라 성당 곳곳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들을 아름답게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6월 5일 100세 생일을 맞이한 오 어르신을 축하하기 위해 주안1동본당에서는 13일 교중미사 중 조촐한 행사를 마련해 꽃다발을 전달했고, 본당 주임 김동철 신부도 오 어르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안수했다. 본당 신자들은 성당 마당 둘레와 자투리 공간 화단을 정성껏 돌보는 ‘조경사’로 오 어르신을 기억하고 있다.

오 어르신은 “제가 조경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어서 성당 화단 가꾸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초등학교 교사로 20년, 회사원으로 20년 근무하고 퇴직한 뒤 본당 연령회, 복사단, 성우회(본당 어르신 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삭막한 도심 분위기를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23년 전 처음 성당에 꽃과 나무를 심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도심에는 과일 나무를 보기 힘들어 성당에 사과, 감, 살구, 대추나무를 심었고 성당 마당 둘레를 따라 은행나무와 벚꽃나무를 심었다”면서 “특히 4월에 벚꽃이 필 때면 장관을 이뤄 동네 주민들과 근처 요양원 노인들이 주안1동성당에 산책을 오곤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 어르신은 “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자라고 변하는 사실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의 신비를 발견한다”며 “본당 신자들도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신앙과 생명의 신비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