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3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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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
남북관계 실타래 푸는 절호의 기회, 대화의 길 활짝 열어야
■ 코로나19 위기 속 교회 역할
사회적 모순이 격화된 현실 변화를 읽고 소외계층 돌봐야
백신 지원 연결고리가 되면 남북 관계에는 새로운 기회
■ 대북 백신 지원과 교류 방안
팬데믹 종식까지 인도적 지원 민족화해 기본 전제는 ‘용서’
민간교류부터 재개하는 일에 적극 나서 미국 등 설득해야
■ 평화 위한 북핵 문제 해결 
핵 문제는 평화 실현의 열쇠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 중요
남북·북미 대화 이뤄지도록 교회도 폭넓게 힘을 보태야

6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2021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교회 역할을 확장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주교)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과 6월 16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공동주최한 2021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에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은 김주영 주교 인사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축사에 이어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태균(가브리엘) 교수 발제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 내용에 대한 논평에는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연구이사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 계명대학교 박승현 교수, 한신대학교 백장현(대건 안드레아) 초빙교수,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대사, 경희대학교 주재우 교수가 참여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남북 교류협력 등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제시했다.

■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

박태균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거대전환과 가톨릭교회’를 맡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특징을 ‘거대전환’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거대전환의 위기와 특징,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어 미래 한반도 그리고 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거대전환의 위기를 ▲방역과 안전의 위기 ▲경제 위기 ▲공동체 위기 ▲정치 위기 ▲세계체제의 위기 ▲일상의 위기 등 6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 중 특히 공동체 위기와 관련해 “소득과 위험의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이 몰락하고 취약계층의 생존문제가 부각됐으며, 사회적 대화의 어려움이 증폭됐다”고 밝혔다. 기업과 노동자들, 계층과 세대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거대전환의 위기가 지닌 4대 특징을 ▲예측불가능성 ▲전세계성 ▲전방위성 ▲가속성으로 규정하고, 거대전환의 위험성은 개방과 민주주의에 기초한 방역의 길로 가느냐, 폐쇄와 권위주의에 기초한 방역의 길로 가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진다고 해석했다. 두 가지 양상을 한국적 모델과 중국적 모델로 비교, 대비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미 사회적 모순이 격화되며 신흥 종교들이 발흥해 소외 계층이 의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종교의 부작용’이 나타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기존 신흥종교는 물론 새로운 신흥종교가 발흥될 수 있는 반면 교회가 변화를 읽고 소외된 계층들이 의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교회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정부가 개인의 문제 특히 심리적 불안정성을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교회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가정과 가족, 그리고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회가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한국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교회는 새로운 기회를 앞에 두고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교회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로는 ▲한미관계에 공헌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한국사회 내부에서 나타나는 편견 해결 ▲백신 공급을 비롯한 북한 지원 등을 예시했다. 이 가운데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는 데 교회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면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남북교류가 정체돼 있는 것은 아쉽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은 채로 유지되는 것은 다행인데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지원한다면 이를 매개로 남북관계는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필요 그러나 방식이 중요

발제에 이어진 논평에서는 발제 내용을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해법들이 제시됐다.

첫 번째 토론자인 박문수 박사도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의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시점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남북관계 정상화 시점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팬데믹 종식까지는 북한에 백신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돕는다는 사실을 북한에 드러내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듯 지원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족화해의 기본 전제는 ‘용서’라면서 “상대가 청하지 않아도 용서할 때 진정성이 있는 용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교류 재개와 관련해서는 “미중 대결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팬데믹 하에서 대화 통로가 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민간교류라도 재개할 수 있도록 보편교회와 함께 미국과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일에 한국교회가 나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한반도 평화, 북핵 해결 위해 교회도 역할 해야

백장현 교수(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는 한반도 평화 실현의 열쇠인 북핵 문제를 ‘한반도 문제의 모든 것을 잡아 물고 있는 블랙홀’로 규정하고 “북핵 문제를 군사적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이 분명하므로 북핵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도록 한국교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해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출범한 이후 계속 노력했던 것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을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도록 상호간에 대화의 폭을 넓히는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백만 전 대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북한을 돕고자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올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한국과 북한, 미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 대사는 “교황청은 G20 멤버는 아니지만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교황과 만나는 것이 외교적 관례여서 가톨릭신자인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만남에서 교황님이 두 정상에게 한반도 평화와 방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전 대사는 “세계 정상들 중 매주 빠지지 않고 미사를 드리는 사람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뿐으로 알고 있고 두 사람 모두 진보적 성향의 가톨릭(Liberal Catholic) 신자라는 점에서 교황님과 통하는 면이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사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유 대주교는 교황청 인사들과 굉장히 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교황님께서도 대 중국, 대 북한 관계에서 유 대주교의 역할을 기대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