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양근성지, 양평 도곡리 능말 순교자 현양비 축복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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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영성 본받는 내·외적 신앙 요람으로 ‘우뚝’
대대로 천주교 신앙 이어온 지역 순교자 후손 조씨 집성촌

5월 29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도곡리 능말 순교자 현양비 축복식 중 성수 예절을 거행하고 있다.

초기 한국교회 지도자 조동섬(유스티노)과 그의 아들 하느님의 종 조상덕(토마스), 복자 조용삼(베드로)과 조숙(베드로), 병인박해 때 순교한 조중구(타대오)와 조인달 등 선조 순교자들의 고향이자 한양 조씨 한흥군 후손들이 4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루고 살면서 천주교 신앙을 이어온 경기도 양평읍 도곡리 능말에 순교자 현양비가 세워졌다.

5월 29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도곡리 107-4번지 현지에서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순교자 현양비 축복식이 거행됐다. 이 자리에는 교구 사제단과 양근성지 후원회원 및 양평본당 신자들이 함께했다.

양근성지(전담 권일수 신부)가 조성한 순교자 현양비는 이숙자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작품으로 10미터 높이에 노출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제작됐다.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 사도와 휘광이 칼날에 스러져 양근 지역 강변 백사장과 강물에 버려진 순교자들의 머리와 시신 모습이 형상화됐다. 전체적인 모티브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존재 아틀라스에서 따왔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시고 십자가 길을 걸으시고, 땅에 묻혔다 부활하신 후 하늘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시고 돌보시는 예수 그리스도 모습이 창궁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와 닮은 면에서다. 또 도곡리 능말이 1901년부터 1912년까지 이상화(바르톨로메오) 신부, 페랭 백문필(필립보) 신부가 사목하던 옛 성당 터이기에, 지상교회와 천상교회를 연결하는 우리의 구세주도 상징화됐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 봉헌에 이어진 축복식에서 이용훈 주교는 권고를 통해 “어머니인 교회는 순교자 현양비를 신자들이 공경하도록 모시고,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른 순교자들의 모상을 기억하며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가야 그리스도와 만나 완전히 일치하게 되는지 배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순교자 현양비는 지난해 5월 완공됐으나 코로나19로 이날 축복식이 봉헌됐다. 현양비가 세워진 터는 674㎡ 규모로 양근성지가 공식 선포된 2003년 이후 매입해 도곡리 능말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양근성지에서 8.4㎞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십자가의 길도 마련돼 있다.

양근성지는 천진암 강학회를 통해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최초의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충청도와 전라도로 신앙을 전파한 한국 천주교회 요람지다. 성지는 양평군청과 함께 지난해부터 성지 앞 떠드렁 섬에 ‘떠드렁 섬 예수상’ 설치를 추진 중이다. 양근 지역 순교자들과 현재 양근성지가 위치한 오빈리 뒷산에서 일제에 저항한 의병 및 한국전쟁 때 학살된 양민 600여 명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권일수 신부는 “이 예수상은 자유, 진리, 평등, 박애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순교한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을 드러낸다”며 기도를 당부했다. 또 대성당 건립 및 순교자 전시관 개관 계획 등을 밝히고 “순교자 현양비 축성으로 앞으로 성지를 외적 내적 신앙의 요람지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