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삶의 주체성… 스스로 행복 일구는 법 배워 놀이 통한 체험 중심 인성 학교 봉사활동·텃밭 가꾸기·등산 등 다양한 경험으로 독립성 키우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도 길러 소외계층 아이들 위한 수업도
“우리 신나게 놀자.”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하루라도 공부 걱정 없이 신나게 놀았던 경험을 한 적이 얼마나 될까.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논다’라는 의미는 공부를 제쳐두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놀이가 인성을 키우는 미래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동체가 있다.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있는 ‘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놀이, 체험, 인성’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동체의 특별한 교육현장을 소개한다. ■ 믿고 기다리며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다니는 학교지만 교내 곳곳은 담배꽁초로 가득했다. 수업종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교실에는 빈자리가 가득하고 그나마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기 일쑤였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이 고등학교의 교장 윤병훈 신부는 매일 기도했다. “아이들이 밖에서 무슨 행동을 하건 살아있게만 해주세요.” 1998년, 국내 최초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문을 연 양업고등학교의 시작은 위태로웠다. 하지만 윤 신부와 교사들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담배를 끊어라’, ‘공부를 해라’는 말 대신 왜 담배를 끊어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도록 알려줬다. 그 비법은 양업고의 특별한 수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양업고는 정규 교과 수업 외에 특별교과목을 배정했다. 봉사활동, 현장체험, 산악 등반, 노작(공작과 원예 등 신체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 청소년성장 프로그램 등 주당 13시간은 전교생이 함께하는 특별교과 수업을 했다. 오르기 귀찮다며 산 초입에서 버티는 아이들을 이끌고 정상을 올랐고, 인도 사랑의 선교 수녀회에서 봉사하며 타인을 위해 내 것을 내어주며 헌신하는 삶을 경험하게 도왔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누군가는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고, 누군가는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나를 사랑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윤 신부와 교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린 지 10년. 어둠이 걷힐 것 같지 않았던 공간에 점차 빛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양업고등학교 초대교장을 지낸 윤 신부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어른들에게 있고, 어른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방식이 저항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어른들이 비난하거나 설교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에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찾고 자신의 삶을 일궈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자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체험한 윤 신부는 그 교육철학을 학교 밖에서도 실현코자 2019년 ‘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다. 놀이를 통해 체험케하고, 그 체험을 통해 인성을 키우는 학습의 장. 놀체인 양업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윤병훈 신부)은 건강하고 자기 주도적인 청소년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