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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가대 이성과신앙연구소 학술발표회 ‘팬데믹 시대와 그리스도교 신앙’ 발제 요약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2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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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와 그리스도교 신앙’을 주제로 5월 6일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 곽진상 신부) 대학본관(하상관) 토마스 홀에서 열린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정진만 신부) 제40회 학술발표회는 팬데믹 시기에 당면한 신학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를 통해 교회가 처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한 시간이었다. 수원교구 신자 대상 설문 조사 분석과 미국교회 상황 연구 등 사회학 분야 연구와 교회사, 윤리, 전례 등 각 신학 분야 연구를 통해 간학문적(間學問的) 대화와 협력을 시도한 점이 의미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학술발표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본다.

■ 1주제: 전염병의 역사와 교회의 삶 / 황치헌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전염병 위기는 연대와 배려의 기회

그동안 교회 역사 안에서 전염병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 하느님의 채찍, 하느님의 분노의 칼로 이해됐고 교회는 이에 대한 신앙의 응답으로 신자들에게 참회와 성인들께 전구기도, 행렬과 순례, 자선 등을 권했다. 전염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확산의 주된 요인인 순례를 강행시키거나 미사 집전을 강행한 적도 있다. 「모든 형제들」 34항 내용처럼 코로나19 전염병과 같은 재앙은 더 이상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일종의 징벌이 아니다.

「모든 형제들」이 권하는 것처럼 전염병 위기를 모든 사람의 취약성을 연대와 배려의 자세로 돌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제들은 교황청 내사원 공지대로 병자와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필요한 영적 도움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 당국 합의와 방역 규범 준수 하에 ‘특별 원목 사제단’을 구성해 적극적인 사목활동을 펴는 것도 바람직하다.

■ 2주제: 팬데믹 시대의 삶과 그리스도교 윤리 / 박찬호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그리스도의 모범, 훌륭한 윤리 지침

자유와 규범이 충돌할 때, 특히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라는 치명적 상황에서 나의 자유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잠시 유보돼야 한다는 양심의 판단은 그리스도교 윤리에서도 강력히 권고되는 행동 기준이다.

성경이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최고선인 하느님에게 철저히 예속됨으로써 옳은 것을 선택하고 행동할 자유권이다. 양심에 따라 약한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포기하는 바오로 사도 모습과 의무가 아님을 알면서도 자율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그리스도의 모범은 가치 혼란의 시대에 훌륭한 윤리적 지침이 된다.

팬데믹 시대에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선택은 법을 지킬 것인지 자유를 수호할 것인지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위대함과 하느님이 주신 명령의 거룩함을 식별하지 않는 ‘무딘 양심’과 깨어난 이의 ‘고뇌하는 양심’ 사이에 있는 것이다.

■ 3주제: 코로나 시대의 신앙생활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 - 수원교구를 중심으로 / 변미리 교수(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 시립대 겸임교수)·최영균 신부(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신자들 욕구 변화 반영한 다양한 공동체 모델 필요

수원교구 구도시와 신도시, 도농복합지역 각 2개 본당 신자 353명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신앙생활 현황과 인식 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신자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신앙이 중요하다(94%)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다(매우 44.2%, 어느 정도 45.1%)고 인식했다. 신앙과 교회 공동체 소중함을 더욱 깊이 인식(84.2%)하고 일상생활에서 신앙 실천이 중요하다(84%)고 생각하면서도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의례와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졌다. 42.9%가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신앙 프로그램을 시청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온라인 매체 활용성의 확장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종교 역할에 대해 과반이 넘는 신자들이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미사 참례나 교회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데 동의(55%)했다. 신자들과 합리적인 소통을 하면서 신뢰를 주는 사제 리더십을 기대했으며 교회가 사회적 사명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39.3%)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교회와 신자 사이의 ‘약한 유대’(weak tie)가 증가하고 전통적 공동체 형태가 변할 것이라는 성찰이 가능하다. 이에 대응해 신자들 욕구 변화를 반영한 유연하고 다양한 공동체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조사에서 신자들은 교회의 공적 역할과 책임이 종교적 소명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며 국가와의 관계에서 종교보다 공적 이익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보였다. 미래지향적으로 사회적 책무성과 공헌활동이 종교 활동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함을 드러낸다.

또 인터넷과 SNS 확산에 따른 직접 민주주의의 지평이 확장된 상황에서, 교회 구성원 모두 각자 직무와 자리에서 교회 정책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평등과 보편적 참여 규범 문화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이념적 가치가 개인에 내면화되는 시대 환경에서 공동합의성에 대한 요청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4주제: 코로나 시대의 신앙과 가톨릭교회 –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 임채윤 교수(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임동균 교수(서울대학교)

신앙생활의 개인화 계속 이어질 전망

임동균 교수
미국 가톨릭 신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미사 참례는 어느 정도 제약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전에 비해 자신의 종교적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하는 사람 비율이 27%에 달한다. 믿음이 약해졌다는 비율은 2% 정도에 불과했다. 종교가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오히려 약 5% 증가했다. 이런 비율은 개신교와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이나 이후에도 가톨릭교회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지점이다.

코로나19 이전 미국 종교가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던 면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단기적인 변화가 장기적 추세를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된다. 또 코로나19로 미사나 예배 참여 등 종교 공동체에 함께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면에서 대신 기도나 개인의 영적 생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다. 미국 사회 내에 이전부터 지속된 신앙생활의 개인화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5주제: 코로나 시대로 인해 드러난 오늘날 전례의 위기 / 김일권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공동체 확고하게 해줄 구심점은 성찬례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 파괴로 공동체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었을 때 토라(Torah)를 중심으로 공동체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신앙생활의 단절을 이겨내고 성전의 확장을 이뤘다. 이 상황은 현재 그리스도교의 어려움과 비슷하다. 미사 중단으로 교회 공동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다시금 공동체를 확고하게 해줄 구심점은 성찬례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로 예수님 몸이 새로운 성전이 되었고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로운 관계 안에서 거행된 전례 생활은 본당을 넘어 가정과 사회로 확장됐다. 미사를 봉헌하러 성당에 갈 수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가 아니라, 요한복음사가 말씀처럼 어느 곳이든 주님 이름으로 모인 곳에 공동체는 만들어지고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합당한 예배를 드림으로써 전례생활을 이어나간다.

코로나19로 사목자와 신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 내용이 무엇이며 공동체 특성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할 기회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