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황 "북한, 준비되면 가겠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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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주교 알현 자리에서 방북 의사 분명하게 밝혀
교회 안팎 ‘재추진’ 본격화된 시점에서 관심·기대 높아져

교회 안팎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교황이 다시 한번 방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교황은 4월 17일 오전 11시(로마 현지시각) 교황청에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의 알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방북과 관련해 “준비되면 북한에 가겠다”며 “한국은 같은 민족끼리 갈라져서 이산가족처럼 70년을 넘게 살아왔다. 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기꺼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교황은 2018년 10월 유럽순방 중인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 초청장을 보내 주면 갈 준비가 돼 있다”며 분명한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교황의 이러한 언급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민간 차원, 특히 한국교회 안에서 기도 운동 등 교황 방북 재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유 주교는 교황이 최근 들어 자신의 방북과 관련된 한국 내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등도 최근 교황 방북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또 이백만(요셉) 전 교황청 주재 한국 대사는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교황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천주교회의 기도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관련보도 본지 4월 4일자 19면)

염 추기경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님의 방북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노력만으로도 이는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범교회적 기도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기헌 주교 역시 “최소한의 여건만 마련된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교황님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왔다. 2014년 방한 이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방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실제로 교황청 내에서도 교황 방북 움직임이 구체화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모든 실무 작업이 중단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