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펴낸 홍승식 신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0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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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본질 찾아 헤매는 요즘이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때”
350쪽/1만6000원/철학과현실사  
18가지 현대 철학 사상 담아 신앙과의 관계도 함께 풀어
삶의 의미·진리 찾도록 도와 행복으로 갈 수 있는 길 안내

홍승식 신부는 “물질적인 것들에 매혹돼 삶의 본질을 찾지 못하는 요즘이야말로 삶의 의미와 진리를 찾도록 돕는 철학이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철학은 삶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그 방법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할 때 결과적으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물질적인 것들에 매혹돼 삶의 본질을 찾지 못하는 요즘이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로마와 파리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현대철학 입문」, 「종교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빵을 굽지 않는다」 등의 책을 펴낸 수원교구 홍승식 신부는 ‘철학하는 신부’라 불린다. 가톨릭대학교 학부 시절 프랑스 교양과목 덕분에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홍 신부. 신학과 철학을 모두 공부했던 그는 두 학문 모두 궁극적으로 ‘사랑의 원리’를 찾고 있기에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홍 신부는 “철학(Philosophy)은 고대 희랍어 필레인(사랑하다)과 소피아(지혜)의 합성어로, ‘지혜를 사랑한다’에서 나왔으며 종교 역시 사랑하면서 사는 삶,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기에 사랑의 원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두 학문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위태로운 고비를 넘겼던 홍 신부는 ‘남은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철학과 종교 안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다.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경험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 나의 삶과 가치관을 새롭고 현실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철학은 살면서 필요한 논리와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데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었죠. 종교 또한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철학과 종교적인 방법을 통해 행복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책을 쓰게 됐습니다.”

책 안에는 데카르트에서 시작해 샤르트르, 마르셀, 칸트, 크로체, 스피노자 등 18명의 현대 철학자의 사상이 담겨있다. 홍 신부는 철학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 신앙과의 관계 등도 함께 묶었다.

“통찰과 직관을 강조했던 크로체의 사상은 깊이 있고 탄력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며, ‘삶이란 곧 형이상학’이라는 사상을 펼쳤던 오르테가의 철학을 통해 삶은 언제나 살아 있는 실재로서의 ‘현재의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인간은 살아 움직여야 하고 행동해야만 한다는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책에 담긴 18가지 철학 사상들은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홍 신부는 매 장마다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철학만으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종교적인 방법이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신부는 “철학만을 가지고 전개한다면 자칫 방임적인 사유로 흘러갈 수 있기에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수 있도록 성경말씀을 각 장에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철학 에세이를 쓰겠다고 다짐한 지 6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를 세상에 내놓게 된 홍 신부.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그가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안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홍 신부는 “일련의 ‘진리’들이 살아 움직여 지각과 이해와 공감으로 우리네 삶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