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94주년 기획] 기후 위기, 무너지는 지구환경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3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마지막 행동의 기회… 놓쳐선 안 돼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은 2020년 12월 9일 파리기후협약 5주년을 맞아 유엔과 영국이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긴급한 호소에 대해서 신자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거나 느리다고 지적했다. 턱슨 추기경은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뿐만 아니라 많은 성명을 통해 “환경 문제와 구체적인 연대 행동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지만 신자들은 무관심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모든 일에 대해서 지도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실천에 옮길 것을 기대할 수 없지만 지구 환경과 생태계 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대한 예민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은 오늘날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백종연 신부는 2019년 6월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우리의 작은 실천이 기후 변화라는 큰 문제와 맞닿아 있기에 신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기후 ‘변화’라는 용어가 기후 ‘위기’로 바뀐 것은 우리가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태의 긴급성이 이미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했다.

특별 사목교서에서 주교단은 코로나19 사태를 “의학적, 경제적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현대문명 전체의 구조와 균형 안에서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자연을 무제한으로 개발하고 소비하고 폐기해도 되는 소유물로만 보고 피폐시키고 약탈해 온 결과”라고 선언했다.

주교단은 「찬미받으소서」가 강조하는 ‘생태적 회개’의 자세로, 선교적이어야 하는 교회가 “기후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과 피조물들의 고통에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고, 힘 있는 이익 집단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희생되는 가난한 이들과도 연대하지 못했다”며 “생태계 파괴 현장을 보면서도 피조물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기후 위기’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복원되지 못할 정도로 파괴된 자연과 생태계는 다시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 마지막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라는 한국 주교단의 호소를 잊어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