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개인전 ‘현존’ 여는 정미연 화백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03-16 수정일 2021-03-16 발행일 2021-03-21 제 323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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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늘 함께하신다고 위로하고 싶어”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24일부터 13일간 전시
성화 집중해온 20년 응축된 회화 200점·조각 16점 선보여
“기도하며 주님 뜻 표현할 것”

정미연 화백이 자신의 작품 ‘현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 기도하지 않고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 작업할 때도 매 순간 하느님과 대화하듯 기도드립니다. 제 작품활동 자체가 기도예요.”

가톨릭 성화 작가 정미연(아기예수의 데레사) 화백이 3월 24일~4월 5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 주제는 ‘현존’(現存)이다. 코로나19로 힘든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우리와 늘 함께하신다”는 메시지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라는 큰 사건이 일어나면서 저는 지구가 아파하는 모습을 맨 먼저 떠올렸습니다.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우리 인간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품활동 30여 년 중 20여 년을 성화에 천착해온 정미연 화백은 주보 표지 화가로도 유명하다. 서울대교구를 시작으로 대구대교구와 전주·원주·제주교구의 주보 표지를 맡아 복음을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주보 표지 성화를 비롯해 ‘천지창조’, ‘나 자신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현존’ 등 회화 200점을 선보인다. 또 십자가의 길을 표현한 성상 등 조각 16점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개인전 주제작품이기도 한 ‘현존’은 500호 크기의 대작이다. 인간군상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이 작품에는 정 화백의 그동안 성화 작업이 응축됐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머리카락 움직임 하나까지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 앞에 우리는 그저 먼지보다 작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런 분 앞에 숨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느님께 모든 것을 진솔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큰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정 화백은 처음부터 성화 작가는 아니었다. 10여 년 동안 인체화를 그려왔던 그를 성화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선종하신 어머니의 묵주기도 책이었다.

“어머니는 편찮으신 몸으로 30년 동안 방에 앉아 손에 묵주와 묵주기도 책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를 하다가 묵주기도 책을 보게 됐는데, 마치 그 책이 어머니의 분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들여다보며 성화를 넣으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묵주기도 책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그린 성화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정 화백은 ‘성화 작가’라는 호칭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의 그림 앞에 오랜 시간 머무는 관람객을 만나면 보람과 함께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는 정 화백. “하느님과 신자들 사이에 예술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앙은 제게 1순위입니다. 그 어떤 좋은 것도 주님의 뜻이 아니면 제 삶이 아닐 것입니다.”

정 화백은 좀 더 실험적인 도전을 꿈꾼다. 앞으로 회화에 부조와 같은 다른 기법을 섞는 등 자유로움을 더한 작품에도 도전할 뜻을 밝혔다. 가족 모두가 예술가인 만큼, 가족 전시회도 꿈꾸고 있다. 특히 남편 박대성(바오로) 화백은 옥관 문화훈장을 수훈한 한국화의 대가다. 박 화백이 오는 8월 미주 순회전시를 앞두고 있어, 정 화백에게도 좀 더 바쁜 시간이 될 예정이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주님의 계획은 놀랍기만 하다’는 감탄만 나옵니다. 앞으로도 늘 기도하고, 주님 뜻대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