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톨릭기후행동 기후 인식 설문조사 실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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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결하려면 ‘생태영성교육’부터
한국교회 구성원 3576명 참여
응답자 99% ‘심각’ 공감하지만 정작 개선·실천방안 알지 못해
신앙적 소명 갖고 대응하도록 교회 차원의 교육 제공돼야

한국천주교회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는 모두 현재 ‘공동의 집’이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지만, 기후 위기를 초래한 사회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위한 적극적 참여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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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석은 한국 가톨릭기후행동(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in KOREA, GCCM KOREA, 이하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월 21~31일 총 3576명의 천주교 평신도(2717명), 수도자(619명), 성직자(240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실천 방향을 찾고 교회 공동체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적 자료로 삼고자 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99%가 현재 기후 위기 상황을 ‘심각한 편’ 또는 ‘매우 심각’으로 인식했고, 기후 위기 관련 용어도 주어진 11개 항목 중 평균 5개 이상을 알고 있었다. 이로써 대부분의 응답자는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인지하고 있고, 현재의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실천은 장바구니 사용이나 일회용품 줄이기 등 기존의 환경운동 실천 방법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천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평신도들 대부분은 ‘타성화된 습관’(63.7%), ‘번거로움과 귀찮음’(36.3%)이라고 응답했고, ‘참여와 실천 방법을 몰라서’(17.8%)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응답은 수도자와 성직자 대상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앙적 소명에 따라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실천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생태교육이 요구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은 투철한 반면, 사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그 개선을 위한 조직적 대응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당의 기후 위기 대응 실천과 관련, 평신도는 ‘잘 하고 있다’(34.2%)와 ‘말로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27.6%)로 비슷하게 나왔고 ‘모르겠다’(29.3%)는 유보적인 응답도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성직자는 교구의 실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응답했다. ‘말로는 하지만 실천은 잘 되지 않는다’(63.7%) 또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9.2%)는 부정적 평가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17.9%)와 ‘매우 잘하고 있다’(0.4%)는 긍정적 평가를 압도적으로 능가했다.

수도자는 평신도와 성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회 지침서에 통합생태 반영’ 필요성이나 ‘생태 영성 관련 교육’의 강조 등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이 수도생활 전반에서 이어져야 하고, 이러한 의식 변화를 위한 생태교육이 필요하다고 적극 피력하고 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특히 이번 조사 결과를 2005년 서울대교구가 실시한 ‘초록교회 만들기’를 위한 의식 조사 결과와 비교하며 지금까지 교회 환경사목이 구조적 변화와 교회 기층 단위까지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통합사목’ 관점에서 교회의 환경사목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톨릭기후행동은 교회 환경운동이 소수 활동가들의 몫에 그치지 않고 모든 신앙인들의 신앙 실천이 되도록, 본당과 교구, 수도공동체 등 교회 모든 구성원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영적·일상적·정책적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