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부산교구 ‘중독 전문가’ 홍성민 신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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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죄 아니라 ‘영적 질병’…  삶의 변화 도와야죠”
도덕적 잣대는 금물
술·약물 등 특정 대상 아닌
그 안의 ‘사람’에 집중해야
전인적 치유와 돌봄 필요

홍성민 신부는 “중독의 상처를 이겨내고 회개, 성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부활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약물중독 등…, 우리는 흔히 중독문제에 대해 ‘나쁜 짓’, ‘죄’라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을 인지하더라도 쉽게 죄책감에 빠지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부산교구에서 ‘중독 전문가’로 불리는 홍성민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는 중독은 나쁜 것이 아니라 아픈 것, 즉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중독 환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자기 잘못보다는 처한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등으로 피해 입은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홍 신부는 사람보다는 대상에 집중하는 우리나라 중독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알코올중독자가 도박도 하고, 마약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어느 한 종류 이상 복합적인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독자들을 돕는 기관에서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분야만 집중하기에 완전한 치유에 어려움이 따르지요. 술이나 약물과 같은 중독 대상보다는 중독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홍 신부는 중독을 ‘영적 질병’이라고 말한다. 중독은 삶의 한 부분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에서 윤리위원장과 부산지부 이사도 맡고 있는 홍 신부는 지역 관련기관들에 중독된 특정 대상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에 집중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중독 치료는 몸을 낫게 하거나, 술이나 도박을 끊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삶이 변화돼야 합니다. 전인적 돌봄과 치유를 통해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야 하죠. 무엇보다 중독 피해자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홍 신부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공동체’에 있다는 점에서 중독자들의 자조(自助, Self-help)모임이 희망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모임(Alcoholics Anonymous, A.A.)을 비롯해 도박(Gamblers Anonymous, G.A.), 약물(Narcotics Anonymous, N.A.) 등 자조모임이 열리고 있다.

“어떤 고통과 상처라도 거기에 공통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유대감을 느끼고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처 때문에 내가 술을 마시고 도박을 했는데, 이제 이 상처로 내가 회개하고 성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부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좀 더 상식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조모임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중독과 영성심리 사이버상담실 cybercounsel.cup.ac.kr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