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시노드적 교회 지향 담은 대전교구 세종 신청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20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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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구현 앞장서는 열린 교회로 한 걸음 내딛다
교구 시노드 결과물 신청사
공동합의성 정신 구현하기 위한 교육과 연구 공간 별도로 마련
4층에 평신도 단체들 입주
청사 앞 마당 펼쳐진 대건 광장,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
1층서 공연과 전시 이어갈 계획

대전교구가 세종시 신청사를 완공하고 교구청을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했다. 새 교구청사는 교회 내적으로는 복음화 열정과 공동합의성 정신을, 세상으로는 열린 교회와 공동선 증진을 지향한다. 이는 곧 교구 시노드 정신을 담아낸 것이다. 대전교구 새 청사의 면모를 살펴 본다.

대전교구는 2021년 새해부터 세종 신청사에서 모든 업무를 시작했다.

신청사는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767에 위치해 있다. 대지 1만6000㎡에 교구청사동(대건관)과 사제관동(양업관), 주교관동(다블뤼관)이 마무리됐고, 교구청사동 왼편으로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성당을 건립 중이다. 교구청사동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전체 건축면적 9528㎡, 사제관동은 지하 1층, 지상 5층에 전체 건축면적 4851㎡, 주교관동은 지상 3층에 전체 건축면적 385㎡ 규모다.

ㄱ자 형태의 교구청사동 뒤로는 세로로 길게 사제관동, 그 옆으로 주교관동이 자리하고 있다. 교구청사동은 대건 광장을 안고 있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광장 가운데 꼭지점에는 교구 주보인 루르드의 성모를 모실 성모당이 자리한다. 성모당을 바라보며 오른쪽 광장 끝에는 성 김대건 신부 상, 왼쪽 광장이 끝나는 곳에는 교구청사동 내 경당이 위치한다. 성모님의 눈길과 두 끄트머리 꼭지점은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성당을 향한다.

ㄱ자 형태의 교구청사동 1층은 대건 광장과 연결된 열린 공간으로, 2~4층과 분리돼 있다.

■ 시노드 정신 담은 신청사

세종 신청사는 1948년 교구 설정 당시 대전 대흥동 첫 교구청사, 1991년 봉헌한 용전동 교구청사에 이어 세 번째 교구청이다. 용전동 교구청은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교구의 복음화 활동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협소했기 때문에 신청사 건립은 교구 숙원 사업이었다.

수년 동안 대전시 안에서 이전 부지를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던 중, 세종시로 정부 행정부서들이 이전하기 시작했다. 교구는 행정도시 세종시에 대한 사목적 대책을 부심하고 있었고, 많은 고민과 우여곡절 끝에 세종으로 교구청 이전이 결정, 추진됐다.

공간은 정신을 담는다. 세종 신청사는 교구 시노드의 결과물이다. 교구는 시노드를 통해 내적으로는 복음화 열정과 공동합의성 정신을, 세상으로는 공동선을 증진하는 열린 교회를 지향했다. 세종 신청사 공간과 구조는 이런 시노드 정신을 담고 있다.

청사가 품고 있는 대건 광장은 열린 교회를 구현한다. 시민들에게 온전히 개방된 공간인 광장을 통해 사람들이 들어와 2~4층과 분리된 1층 카페, 전시관, 복합문화공간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광장과 주변 열린 공간에서는 음악회와 전시회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연중 이어질 예정이다. 교구 역사전시관은 5월 1일에 문을 열고, 복합문화공간에 마련된 첫 기획전시회 ‘대건을 그리다’는 5월 15일부터 시작된다.

■ 연대와 협력, 통합과 일치

청사동 1층이 세상에 열린 문화공간이라면, 2~4층은 연대와 협력, 통합과 일치 정신을 담았다. 2층엔 ‘사무’ 공간으로 사무관리국을 비롯한 교구청 각 부서와 기구들이 자리잡았다. 통합 사무실을 표방하고 긴밀한 협력 속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 구조를 갖췄다. 3층엔 ‘교육과 연구’ 공간으로, 시노드사목연구소와 성직자실 등이 들어섰다. 그리고 4층에는 ‘교회’ 공간으로 평신도 단체들이 입주했다.

새 교구청사는 친환경적이다. 지열과 태양열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지열을 확보하기 위해서 530미터 깊이의 구멍을 60여 군데 팠다. 태양광 시설은 10년 정도면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당초 예상했는데 현재는 그보다 빠른 7~8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가성비가 높은 디지털 첨단 장비와 시설들도 눈에 띈다. 사무실마다 놓인 칠판도 전자식이고, 회의실에는 노트북이나 PC가 자리마다 설치되고 대형 화면과 연결된다. 8개 영역으로 나뉘어 교구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역사전시관, 복합문화공간 전시관 역시 모든 전시물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한다. 3층에 마련된 스튜디오도 첨단 장비를 구비, 향후 해미에 건립되는 젊은이 문화 공간 ‘해미 Wake-up 센터’와 cpbc가톨릭평화방송을 연결하는 3원 방송도 가능하다.

교구청사동 1층의 대전교구 역사전시관은 5월 1일 개관한다. 복합문화공간의 첫 기획전시회 ‘대건을 그리다’는 5월 15일부터 7개월 동안 열린다.

3층 방송 스튜디오 모습. 첨단 장비들을 도입해 해미 Wake-up 센터, cpbc가톨릭평화방송과의 3원 방송도 가능하도록 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회의실. 자리마다 노트북과 PC가 설치돼 있다.

■ 시노드적 교회를 향해

세종 신청사는 교구 시노드의 결과물이다. 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2019년 4월 기공식에서 “3년 5개월간에 걸친 교구 시노드 여정의 결과를 담아내고 교구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동합의성의 가장 극적인 표현인 시노드를 통해, 대전교구는 내적으로 복음화 열정과 공동합의성 정신을, 세상으로는 열린 교회와 공동선의 증진을 지향하는 시노드적 교회를 꿈꾸고 있다. 새 보좌주교 탄생,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솔뫼성지 복합예술공간, 그리고 곧 건립될 해미 Wake-up 센터 등은 그 여정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은총의 선물이다.

제2교구청사로서 청소년 사목과 대전 지역 복음화 사명을 계속 이어갈 용전동 교구청과 함께, 세종 신청사는 시노드적 교회를 꿈꾸는 대전교구의 심장이다.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인터뷰

“다양한 하느님 백성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

유 주교는 대전교구 시노드 정신을 담은 세종 신청사가 교회와 세상이 만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구장이 되면서부터 마음에 품고 온 오랜 숙제였습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이 현실이 돼 하느님과 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대전교구청 세종시 이전을 하느님의 섭리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서 찾았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순교자들의 땅인 한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하느님 은총이지요. 종들은 주인이 준 탈렌트를 땅에 묻어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구 시노드를 열고 교구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요.”

‘복음의 기쁨’과 ‘순교 영성’을 큰 줄기로 한 교구 시노드는 내적 복음화와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 선교적 교회를 지향했다. 이는 곧 시노드적 교회다. 세종 신청사는 하느님 백성들, 교회와 세상이 만나는 열린 공간이다.

“대전교구는 다양한 하느님 백성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첨단 과학도시, 산업도시, 행정도시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또 광역시와 중소도시, 농촌과 어촌이 함께 있습니다. 새 교구청사는 이 모든 이들이 함께 만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유 주교는 행정도시인 세종시에 교구청이 건립된 것 역시 하느님의 섭리로 여긴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부 요인들에게 복음적 이념과 공동선 증진을 위한 사고방식을 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 행정도시에 대한 사목 정책 수립을 고심하던 차에 이곳으로 교구청을 이전하게 된 것은 하느님 사랑의 섭리입니다.”

유 주교는 대전 대흥동 교구청에서 사목국장, 용전동 교구청에서 부교구장과 교구장으로 봉직했다. 이제 세 번째 교구청인 세종 신청사에서 교구장직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대전교구청 3곳을 모두 살아 본 유일한 인물이 됐다.

유 주교는 “세종시 교구청사 시대를 맞아 우리 교구가 한 단계 성숙하는 은총의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