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전교구 아산 공세리성지 ‘산타마을’로 초대합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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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치유하실 세상의 빛 “어서들 와서 예수님 맞이해요”
성지 곳곳에 빛나도록 꾸며 구세주 탄생 기쁨 상징하는 듯
신부·수녀와 신자, 아이들까지 11월 한 달 동안 공들인 결과
 더 많은 신자 성탄 미사 오도록 성지 전체공간 활용하게 배려
 대형 모니터 여러 군데 설치해 “코로나 걱정돼도 성탄 만은…”

대전교구 아산 공세리성지 일대가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가득한 ‘공세리 산타마을’로 환골탈태했다. 사진 박원희 기자

2020년 성탄, 한 해 동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산타를 기다린다. 대전교구 아산 공세리성지가 산타마을로 변신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세리 산타마을을 찾아갔다.

어스름 햇빛도 완전히 사라진 12월 16일 오후 7시, 어둠이 짙어지면서 사람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변을 꽉 채운 LED 전구들은 오후 5시부터 밝혀졌다. 부산스러운 아이들을 붙잡고 차를 내리는 젊은 부부,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고도 서로 손을 부여잡은 노부부, 그리고 온 가족이 다 나선 듯 시끌시끌한 단체 방문객이 뒤를 이었다.

아이들 입에서는 연신 “우와~~!!”가 터져 나왔다. 친구들과 온 듯한 젊은 여성들은 쉼 없이 서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댔다. 어디 한 곳도 버릴 경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언덕길을 올라 공세리성당 앞까지 가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 반짝이는 산타마을

우선, 성지 입구 오른쪽 벚나무 7그루, 왼쪽 소나무 17그루에 LED 전구를 얹었다. 잔디밭 중간 정자도 LED 전구로 한껏 장식을 해둔 지라, 앉으니 사방이 환하다. 성지 입구 아치에는 ‘Gongseri Christmas Village’(공세리 산타마을)이 번쩍거린다.

언덕길 모든 나무를 LED 전구로 장식했다. 피정의 집 현관으로는 LED 등으로 만든 대형 아치 밑을 지나야 도착한다. 성가정상과 앞 잔디밭에도 등이 밝혀져 있다. 곳곳에 성모님의 생애를 담은 대형 성화들이 놓여 있다. 본당 주임 홍광철 신부가 안식년 동안 자전거와 옷 두 벌로 유럽 성지들을 순례하며 직접 찍은 성화들이다.

언덕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반짝이는 성지에 짙푸른 하늘, 그 한 귀퉁이에 수줍게 떠오른 초승달이 어우러져 경관이 일품이다. 성당 앞마당에는 구유가 놓여 있다. 구유 뒤로 떠오른 큰 별이, 저만치 나무 위 더 큰 별과 어우러져, 세상의 빛이 되실 구세주의 탄생을 상징하는 듯했다.

성당 계단 양쪽에는 5m 높이 대형 트리 2개가 설치돼 있고, 박물관으로 오르는 길목 연산홍에는 안개등이 얹혀 있다. 성당 옆과 제의방 앞 아치에도 안개등이 은은하게 빛난다.

■ 덕분에(?) 까매진 신부와 수녀

그렇게 많은 장식이 있는데도 어디 한 군데 세련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산타마을이 불을 밝힌 뒤, 개신교회 목사 한 분이 오셔서 장식을 어느 업체에 맡겼는지 소개해 달라고 했단다. 산타마을은 오롯이 신부와 수녀, 약간의 본당 신자들과 아이들의 손으로 꾸며졌다. 헤아릴 수 없는, 그저 수만 개로 추정되는 LED 전구들을 사들여 온 성지를 꾸몄다. 곳곳에 빛나는 큰 별들은 굵은 철사를 뼈대로 용접을 하고 ‘은하수 등’으로 감은 뒤, 금색 포장지로 둘렀는데, 솜씨가 아주 좋았다.

산타마을 꾸미기를 담당하는 윤 에프렘 수녀는 즐거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주임신부님 덕분에 죽겠어요. 11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었지 뭐예요.”

감염병 예방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도록 4월부터 줄곧 야외미사를 하느라 까매진 얼굴이, 산타마을을 꾸미느라 더 새까매졌다.

아기 예수가 모셔진 구유 위의 별과 높은 나무 위 더 큰 별이 성당 앞마당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빛나는 화관을 쓴 성모상.

■ 성지 전체가 성전 될 수 있게

사실 산타마을을 꾸미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탄 미사만은 신자들이 꼭 참례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미사가 중단됐을 때 홍광철 신부는 무척 마음이 아팠다. 미사가 재개됐지만 미사에 나오는 신자들 수가 이전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성탄에도 미사 참례자 수 인원 제한이 있을 것임이 뻔하다. 그래서 아예 성지 전체를 아름답게 꾸며서, 성지 곳곳에서 띄엄띄엄 소그룹 단위로 성탄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곳곳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저는 성당 안에서 미사를 집전하겠지만, 성당뿐만 아니라 성당 앞마당이나 박물관 앞 등에서 따로따로 모여서 모니터를 보면서 미사 참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곤란해도 성탄 미사만은 꼭 참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앞 대형 텐트에는 아기자기한 성탄 선물용 장갑, 모자, 옷들이 쌓여 있다. 오가는 순례객들이 예쁜 모양에 혹해 사가거나, 혹은 사서 기부용으로 내놓는다. 그렇게 모인 기금과 물품들은 일차 여성복지시설인 대전 자모원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는 장애인시설로 보낼 예정이다.

아름다운 산타마을에는 그렇게 진짜 산타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산타마을은 지난 12월 1일 문을 열어, 내년 1월 3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개방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