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위령 성월에 읽을 만한 책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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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하늘나라 갈 준비가 되어 있나요?”
호스피스·노인쉼터 등에서 죽음 앞둔 이들과 동행하며
삶과 죽음, 희망과 은총 등 깊이 깨닫게 된 이야기 담아

삶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죽음.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여겨진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진리를 따라 영원한 삶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위령성월에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죽음을 묵상한다. 그리고 구원에 대한 희망을 상기한다. 위령 성월을 맞아 천국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 세 권을 소개한다.

마뗄암재단(Mater Cancer Foundation) 사무국장 이영숙 수녀는 네 차례 암수술을 통해 받은 치유의 은총을 한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 호스피스 체험강의, 암환자 및 사별가족을 위한 피정지도로 나누고 있다.

“하느님께 받은 은혜 중에 제일 복되고 소중한 것은 선종의 선물”이라고 밝힌 이 수녀는 암환자들과 함께하며 고통을 은총의 시간으로 채워간 이야기를 「내 가슴에 살아있는 선물」(265쪽/1만8000원/더 비움)에 담았다.

이 수녀는 긴 시간 동안 성모자애병원(현 인천성모병원)에서 암환자들과 함께했다. 그가 기꺼이 암환자들과 동행해온 이유는 하나다. 환자들이 하느님의 품으로 편히 돌아갈 수 있도록, 성사의 은총으로 치유받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했기 때문이다.

“성모자애병원에서 보낸 많은 날들은 하느님 현존의 시간이었고 저의 발길은 매일 멈추지 않고 병실로 향했다”고 전한 이 수녀는 그곳에서 받은 선물과 같은 열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을 마무리하며 이 수녀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제가 만난 환자들의 사연과 저의 묵상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감사를 느끼고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며 켜놓은 등불을 한 번만 돌아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영순 수녀도 임종환자와 사별가족들을 돌보며 깨달은 것들을 「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대답했다」(368쪽/1만7000원/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 엮어냈다.

1990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 입회한 손 수녀는 서울 모현가정호스피스와 포천 모현의료센터에서 임종환자와 사별가족들을 돌봤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시간들을 동반하면서 그들의 삶을 찬란하게 지는 태양, 저녁노을로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밝힌 손 수녀는 삶을 완성해 가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죽음을 앞둔 상황. 몸과 마음, 무엇하나 넉넉하지 않았지만 손 수녀가 만난 이들은 늘 감사함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손영순 수녀는 설명한다. 손 수녀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소중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20년 가까이 노인들이 마음 편히 하느님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이끈 종로 성모노인쉼터의 최성균 신부 이야기도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있다」(252쪽/1만2000원/가톨릭출판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병자성사를 받고 마지막 성체를 모신 노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현재 아무리 잘나가도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려 준다. 또한 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기도하는 가운데 통회하고 보속하며 천국을 준비하는 일이 바로 지금 해야 할 일임을 일깨워 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