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의 새 추기경 임명 의미

rn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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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눈에 띄는 지역 배분… 프란치스코 수도자 다수
아프리카·아시아 등 고루 발탁
미국 아프리카계 첫 추기경도
추기경 60%가 현 교황 서임
차기 교황 선출 영향력 커져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5일 새로운 추기경 13명을 발탁했다. 여기에는 교황청 부서장 두 명과 르완다와 필리핀, 칠레, 미국의 대주교가 포함됐다. 미국 위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는 미국 아프리카계 성직자로서는 최초의 추기경이 된다.

교황청 내부에서는 최근 교황이 새 추기경을 임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교황은 삼종기도 뒤 새 추기경 명단과 11월 28일로 예정된 추기경회의를 알리며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이번 새 추기경 임명에서도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교회 권력의 지역 배분이 눈에 띈다. 미국 그레고리 대주교를 비롯해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 키갈리대교구장 앙트완 캄반다 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됐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카피스대교구장 호세 아드빈쿨라 대주교와 브루나이대목구장 코르넬리우스 심 주교가 추기경을 상징하는 ‘빨간 모자’를 쓰게 됐다. 또 남아메리카에서는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장 셀레스티노 아오스 브라코 대주교가,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시에나-콜레 발 델사-몬탈치노대교구장 아우구스토 파올로 로유디체 대주교와 아시시 수도원장 마우로 감베티 신부가 추기경의 영예를 안았다.

교황청 부서장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주교와 교황청 시성성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주교도 추기경에 임명됐다.

80세 미만 추기경 9명 추가로 추기경 서임식이 열리는 11월 28일에는 차기 교황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 수는 128명이 된다. 이 숫자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정한 교황 선출 추기경단 수 120명을 넘기게 되지만, 내년에 80세가 되는 추기경이 6명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지난 9월 시성성 장관에서 사임한 안젤로 베추 추기경은 포함되지 않는다. 베추 추기경은 사임하며 추기경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포기했다.

이번 추기경 임명으로 차기 교황 선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128명의 80세 미만 추기경 중 거의 60%인 73명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서임한 추기경은 39명이고 나머지 16명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임했다.

또 교황은 80세가 넘어 교황 선출권은 없지만 교회에 4명의 원로를 추기경으로 임명해 이들이 교회를 위해 바친 공로를 치하했다. 여기에는 멕시코 산크리토발교구장 아르시멘디 에스키벨 주교와 전 제네바 유엔대표부 주재 교황대사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 교황청 궁내원 강론 담당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 로마 카리타스 담당자로 활약했으며 현재 이탈리아 카스텔 디 레바 성 마리아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는 엔리코 페로치 신부가 포함된다.

이번 추기경 임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장 셀레스티노 아오스 브라코 대주교와 멕시코의 전 산크리토발교구장 아르시멘디 에스키벨 주교는 카푸친 작은형제회 소속이고, 아시시 수도원장 마우로 감베티 신부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이다. 두 수도회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와 함께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따르는 프란치스칸 1회 수도회를 구성하고 있다.

rn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