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15회 가톨릭사회복지대상 받은 성모울타리 하용수 원장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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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 돕는 주님 도구 되겠습니다”
서정길대주교상에 선정
우리밀 빵 생산·판매하며 30년째 출소자 자립 도와

하용수 원장은 “앞으로도 더욱더 열심히 하느님 사랑을 널리 알리고 형제들을 영적으로 도와주는 주님 도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가톨릭사회복지대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제15회 가톨릭사회복지대상 서정길대주교상 수상자로 성모울타리 하용수(종삼 요한·61) 원장을 선정했다. 가톨릭사회복지대상은 사회복지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던 제7대 대구대교구장 고(故) 서정길 대주교를 기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개인 및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서정길대주교상을 받게 된 하용수 원장은 경남 양산시 소재 성모울타리를 30년째 이끌고 있다. 성모울타리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가톨릭 신자 4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작은 신앙 공동체다. 성모울타리는 특히 방부제 없이 100% 우리밀과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빵을 ㈜이레우리밀 이름으로 생산, 판매해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하 원장은 “그저 하느님 자녀로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했을 뿐인데, 저에게 이런 날도 오는가 싶어 감격스럽기만 하다”며 “수상 영광을 주신 조환길 대주교님을 비롯한 운영위원회, 특히 저희를 후원해주시는 이창수 신부님, 황창연 신부님 등 여러 사제, 수도자, 평신도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와도 같은 삶을 살아왔다. 13살 때 가출한 뒤 소매치기가 돼 소년원을 전전했던 하 원장은 성인이 된 뒤에도 폭력조직을 거느렸고, 몇 차례 교도소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당시 집주인의 권유와 아내 편외선(골롬바·58)씨의 사랑이 뒷받침이 돼 1990년 7월 마산교구 창원 양덕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후 그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교도소 출소자들을 모아 성모울타리 공동체를 만들고, 그들이 하느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또 자기 주머니를 털어 공동체 형제들을 피정에 참석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500여 명이 하 원장의 인도로 세례를 받았다. 한 형제는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 원장은 성모울타리가 빵 공장이나 자활센터가 아니라 ‘기도하는 신앙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2007년부터 빠짐없이 매주 화요일 오전부터 수요일 오후까지 진행하고 있는 1박2일 피정은 성모울타리의 자랑거리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공동체 형제들이 술을 마시고 싸우는 등 일탈행동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2015년 발생한 화재는 모든 희망을 앗아가는 듯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평소 빵을 판매해오던 성당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더 큰 경제적 압박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하 원장은 묵묵히 기도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후원자들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황창연 신부(성필립보생태마을 관장)가 유튜브를 통해 성모울타리를 적극 홍보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은 계속 닥치는데, 단 한 번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주님께 받은 제 소명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열심히 하느님 사랑을 널리 알리고 형제들을 영적으로 도와주는 주님 도구가 되겠습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