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말씀의 선교 수도회(중)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5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그리스도 말씀 선포를 소명으로

말씀의 선교 수도회 첫 선교사 성 요셉 프라이나데메츠.

창립자 성 아놀드 얀센 신부는 1909년 선종할 때까지 매년 50명의 선교사를 낼만큼 수도회를 발전시켰다.

또 1889년 12월 8일 ‘성령 선교 수녀회’를 설립해 말씀의 선교 수도회와 서로 협력하도록 했고, 1896년 12월 8일 관상 수도회 ‘지속적인 성체 조배 수녀회’를 설립해 기도와 자기희생을 통해 선교에 참여하도록 했다.

선교에 있어 여성 역할의 중요성을 내다 본 성인은 하느님 뜻을 식별하기 위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이라면 적절한 사람들을 보내주실 거라고 확신했다. 두 수녀회의 창립은 아놀드 얀센 신부의 선교 가족 수도회 탄생으로 이어졌다.

성인은 평생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고심했다. 평범한 수학교사였던 자신이 성령의 힘을 받지 않고서는 수도회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깨달았다.

이를 위해 얀센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기도를 자주 드렸다. ‘15분마다 드리는 기도’는 그에게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수도 회원의 성소를 식별할 때에도 지원자가 정말 기도를 사랑하는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 기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고,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사람이며, 사람은 기도로만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행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도회는 선교의 지표를 사람이 되신 ‘말씀’, 즉 삼위일체의 신비에서 찾는다. 인간과 친교를 이루기 위해 사람이 되신 말씀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과 모든 사람이 이루는 친교의 성실한 일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성인은 늘 ‘거룩한 삼위일체여, 우리 안에 사소서. 또 모든 사람 안에 사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는 이 삼위일체 신비를 단순히 하느님이 자신을 인간에게 계시하시는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시련도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은 시련을 겪을수록 더욱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라는 명칭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수도회는 ‘말씀’에서부터 모든 선교 활동과 영성의 기본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요한1,1) 급속한 과학 문명의 발전과 함께 물질 만능주의에 젖은 현대 사회 안에서 수도회는 1988년 제13차 총회에서 영성 생활의 현시점을 이 ‘말씀’에서 재확인했다.

‘죄의 어둠과 불신의 밤은 말씀의 빛 앞에서 사라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은 모든 이의 마음 안에 계시다’는 기도는 수도회 회원들의 영성 생활 길잡이다.

회원들 소명은 세상에 그리스도 말씀을 선포하는 것으로, 하느님께 대한 헌신과 다른 이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의 본보기를 제공한 ‘거룩한 말씀’을 정신과 마음 속에 간직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