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청주교구 김권일 신부 「키르케고르와 그리스도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8-18 수정일 2020-08-18 발행일 2020-08-23 제 320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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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된 진리’ 추구한 철학자 통해 오늘의 신앙 돌아보길
181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이성이 중시되고, 중세의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인 내용들이 배척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겪었다. 당시 덴마크 프로테스탄트 교회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귀족적인 낙관론에 젖어 있었고, 교회 예절은 일상생활을 순조롭게 보내는 요식행위처럼 여겨졌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점차 신이 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키르케고르는 마치 우상을 떠받치는 모래성처럼 언젠가 무너져 인간을 덮칠 것임을 내다봤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키르케고르는 실존적인 사유를 하게 됐다. 실존주의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키르케고르는 인간이 절망과 허무, 공허함을 극복하는 길은 종교성으로 나아가는 것 뿐 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실존이란 단순히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이 아닌 인격적인 신 앞에서 홀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자아라고 정리했다.

교황청립 성 십자가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청주교구 김권일 신부는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를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한 철학자였기 때문에 보편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그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새로운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키르케고르와 그리스도교」(김권일 지음/267쪽/1만9000원/대전가톨릭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키르케고르의 생애와 진리 개념뿐 아니라 그가 말하는 참된 그리스도인, 참된 신앙에 대한 사유 등을 살펴본다.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노력했던 키르케고르의 철학적 고민들은 지금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키르케고르는 “그리스도교는 그가 자신 안에서 본질이 될 때만이 그에게 진리가 되는 것이고 단순한 교의나 이론으로, 다시 말하면 순전히 객관적인 교리로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진리를 구체화하는 실존적인 실현을 강조했다. 또한 찬양자와 닮은자의 차이를 언급하며 “찬양만 하는 자는 위험이 없고 평안할 때 찬양의 대상에게 호의적이지만 역경이나 위험이 닥치자마자 찬양의 대상을 피하는 배반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키르케고르는 믿음에 따른 실천을 통해 신앙의 대상을 닮아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밖에 책에는 고행의 의미, 수도적인 생활의 의미, 구원에 있어서 개인의 공로 문제, 서품의 초월적 권위의 인정, 개신교의 원리들에 대한 비판, 고난과 순교의 의미, 성모 마리아 공경에 관한 키르케고르의 의견이 담겼다.

김권일 신부는 “키르케고르는 시종일관 ‘그것 때문에 살고 죽을 수 있는 참된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에 그의 생애는 학문을 통해서나 실천적인 삶으로서나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되기 위한 구도자의 여정이었다”며 “그의 진리 추구의 태도와 많은 사유 속에서 우리 신앙의 구체적인 삶에, 또 참된 교회 상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