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위례성데레사본당, 주임 사제 자비로 ‘깜짝 선물’ 마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8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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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쳐가는 요즘, 서로 보듬으며 사랑을 전합시다
4000여 신자에 위로와 격려 전해
“하느님과의 끈 잊지 않도록 독려”

위례성데레사본당 주임 박필범 신부(왼쪽 세 번째)와 신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많은 신자들이 마음 편하게 성당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주임신부가 자비로 마련한 깜짝 선물과 편지를 전하며 위로와 격려를 나눈 본당이 있다.

지난 6월 20~29일, 제2대리구 위례성데레사본당(주임 박필범 신부) 신자들은 저마다 집으로 배달돼 온 택배를 받았다. 여기에는 주임신부 편지가 동봉된 가운데 사용한 마스크를 보관할 수 있는 ‘마스크 보관 케이스’가 가족 수만큼 들어있었다. 케이스를 가족들이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각자의 이름 라벨까지 포함됐다.

4000여 신자에 전달된 선물에서 박필범 신부는 편지를 통해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고 계시는 시기”라며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1베드 5,7)’는 말씀처럼 늘 우리를 기억하시고 돌보아 주신다”고 다독였다.

각 가정에 택배가 도착하자 본당 밴드(BAND)에는 ‘서프라이즈’ 선물에 대한 소감이 답지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을 포함해 다소 지치고 힘들어지는 요즘이었는데 위로와 힘이 된다’, ‘온 가족이 감동했고 행복했다’, ‘조심해야 할 처지라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부끄럽고 죄송하다’ 등의 감사의 글이 넘쳤다. 비신자와 냉담교우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성당은 물론 바깥출입도 자제하며 집에서 묵주기도 등으로 지내던 어르신들은 택배를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일담도 전해졌다.

특별히 신자들은 편지 추신에 ‘작은 선물이지만 자비로 준비한 것이니 기쁘게 받아달라’는 부분에서 양들을 생각하는 목자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었다.

2016년 6월 21일 설립된 본당은 지난 5월 2일 새 성당 신축 기공식을 열고 성전 마련에 힘을 모으는 상황이다. 박 신부의 덧붙임은 이번 선물이 자칫 생색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우면서도, 본당 사정을 걱정하는 신자들이 편안한 심정으로 선물을 받도록 한 배려이기도 했다.

주임신부의 시도는 어떤 형편에서도 하느님께서 돌봐주신다는 것을 전하고, 하느님과의 끈을 잊지 않도록 독려하고 싶었던 데서 기획됐다. 미사는 재개됐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참례 신자들이 20% 가량 감소한 상황이고 아이들을 비롯한 신자 모두가 코로나19 확산 지속으로 힘겨움을 호소하는 속에서 하느님 사랑과 연대의 손길을 기억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박 신부는 “선물을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모두 그간 참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보다 하느님께로부터 힘을 얻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또 그안에서 ‘함께 한다’는 활력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당은 코로나19 이후 매일미사 복음 통독 및 미사 강론을 오디오 파일로 게시하고 온라인 주일학교 교리 및 최근의 온라인 초등부 주일학교 미사 봉헌까지 유튜브 등 SNS를 적극 활용하며 공동체의 신앙 성숙에 힘써왔다. 앞으로도 온라인 성경공부, 온라인 교리 등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비대면 방식을 통해 신자들의 교육과 모임 등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