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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철학 : 주체성의 발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6-16 수정일 2020-06-16 발행일 2020-06-21 제 320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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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 진리 앞에서 교부들은 어떻게, 무엇을 사유(思惟)했을까
테오 코부쉬 지음/김형수 옮김/400쪽/3만1000원/가톨릭출판사
교회가 그동안 발전시킨 신앙의 유산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계시의 총체인 성경뿐만 아니라, 성경을 학문적으로 해석한 교부들의 사유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부들의 사유 방식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리스도교를 철학과 동일시했다는 것이다. 신학의 내용은 필수적으로 철학의 개념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철학을 통해서만 비로소 신학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부들은 그리스 철학의 중요한 사상들을 그리스도교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스 철학 자체에 이미 하느님의 계시가 씨앗처럼 들어 있어서 이 철학이 그리스도교 철학을 준비하고 꽃피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그리스 철학에서 소크라테스와 같은 현인은 마치 성경의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게 된다.

독일어권 대표 중세 철학자인 테오 코부쉬는 “오늘날 그리스도교 철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용어가 처음 생겼던 초기 교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교부들이 철학과 종교, 신학과 철학, 성경과 철학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아보고, 교부들이 생각했던 철학이 계시 진리와 관련해서 어떤 내용을 핵심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부쉬는 「그리스도교 철학: 주체성의 발견」을 통해 주체성의 발견이 교부들에게서 시작됐음을 알리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그리스도교 철학의 목적은 내 자신과 더불어 내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과도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교육하고 수련하는 것이다. 윤리학인 「지혜서」, 자연학인 「창세기」와 「코헬렛」, 형이상학 또는 신학인 「아가」와 복음서는 자아, 주체, 영혼, 정신, 인간의 내면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있다. 이와 같은 내면의 영역은 고대 철학에서 ‘내적 인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근대적으로 말하자면 ‘주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 철학은 논쟁적 개념인가’를 짚으며 시작하는 책은 그리스도교 철학,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리고 세 분야의 통합적 지향점으로서 내적 인간이 무엇인지 다루면서 내적 인간과 관련된 개념인 믿음과 신뢰, 참회, 양심 등에 대한 내용도 덧붙인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