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예수 성심 수호대’를 아시나요?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6-02 수정일 2020-06-03 발행일 2020-06-07 제 3198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루 한 시간 온전히 상처 받은 예수 성심 위로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 마리 베르노 수녀로부터 시작
환시로 본 원형 시간표 따라 회원 각자 정한 한 시간 동안 감실 안에 현존해 계시는 예수님 사랑에 자신을 봉헌
사제·수도자·평신도 상관없이 누구나 회원으로 활동 가능
현재 한국에는 55명 활동 중

전례력으로 6월은 예수 성심 성월이다. 예수 성심은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St. Margarita-Maria Alacoque, 1647~1690) 수녀가 예수 성심의 메시지를 받으면서 공적 신심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성녀가 속한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는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을 발전시켜 왔고, 그 중심에 ‘예수 성심 수호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신앙인들이 예수 성심 수호대 회원으로서 예수 성심을 위로하고 있다. 예수 성심 성월을 맞아 예수 성심 수호대가 어떤 단체인지 알아본다.

■ ‘예수 성심 수호대’의 탄생

예수 성심 수호대는 성녀 마르가리타 수녀에게 발현한 예수 성심 메시지에 깊이 감동 받은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 소속 마리 베르노 수녀(1825~1903)에게서 시작됐다.

“동정을 바랐건만 허사였고 위로해 줄 이들을 바랐건만 찾지 못하였습니다.”(시편 69,21)

이 시편 구절의 탄식은 베르노 수녀의 영성을 잘 요약한다. 예수님께서는 성녀 마르가리타 수녀에게 상처 받은 성심을 보이며 은혜를 잊고 사랑을 배신하는 인간들로 인해 탄식했고, 베르노 수녀는 이러한 예수님의 메시지를 되새기면서 예수님께 위로를 드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베르노 수녀는 상처 받은 예수 성심을 둘러싼 원형 시계의 환상을 보게 됐다. 곧바로 동료 수녀들의 도움을 받아 원형 시간표를 제작했다. 베르노 수녀는 이때부터 기도단체의 이름을 ‘예수 성심 수호대’라 칭했다. 1863년 3월 13일 수녀 원장은 12시간으로 나눠져 있는 원형 시간표를 축성했고 공동체의 모든 수녀들은 각자 선택한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었다. 그렇게 자신이 정한 하루 한 시간은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했다. 감실 안에 현존해 계신 예수님의 사랑에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이다. 예수 성심 수호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1년 후 비오 9세 교황(1846~1878)은 이 신심단체를 공식 인준하면서 자신을 첫 번째 예수 성심 수호대의 회원으로 봉헌했다. 곧이어 30여 명의 주교들과 110여 개 수도원에서도 예수 성심 수호대에 가입하면서 20개국에 전파됐다. 같은 시기인 1864년 마르가리타 수녀가 시복되면서 예수 성심 신심활동이 교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되고 공표됐다.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 소속 마리 베르노 수녀가 본 환시 속 원형 시간표. 예수 성심 수호대 회원은 자신이 정한 시간에 이름을 적고, 하루 한 시간은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며 예수 성심을 위로한다. 손우배 신부 제공

■ 예수 성심 수호대-예수 성심의 현존과 함께하는 시간

예수 성심 수호대 회원들은 하루 중 자신이 선택한 한 시간 동안 본업을 유지한 채 감실 안에 현존해 계신 예수의 성심 곁으로 마음을 모은다. 자신의 생각, 말과 행동, 기쁨과 고통을 모두 봉헌하며 예수님을 위로한다. 예수 성심 수호대의 목적과 존립 이유, 이상은 모두 상처 받은 예수 성심을 위로하는 것이다.

원형 시간표에는 창에 찔린 예수 성심 주위로 12시간을 의미하는 12개의 별이 있다. 각 시간을 주관하는 보호자의 이름 밑에 있는 해당 시간에 이름을 적으면 예수 성심 수호대의 활동이 시작된다. 모든 이름은 창에 찔린 예수 성심을 향해 있다. 전 세계 수많은 회원들은 매 시간마다 한마음으로 봉헌기도를 드리며 예수 성심을 위로한다.

예수 성심 수호대의 회원 자격은 따로 없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상관없이 예수 성심의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신앙인이면 된다.

현재 한국에는 55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는 예수 성심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봉쇄수녀회 특성상 외부 활동이 제약되기 때문에 예수회의 도움을 받으며 예수 성심을 알리고 있다.

예수 성심 수호대의 한국 회원은 1년에 두 번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 한국분원에서 모임을 가지며 수호대 서약식과 갱신식을 진행한다. 매월 첫 금요일에는 예수회센터에서 예수 성심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성모마리아방문봉쇄수녀회 한국분원 수녀들.

예수 성심 수호대의 한국 활동을 돕고 있는 손우배 신부가 신앙 안에서 차지하는 예수 성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인터뷰 / 예수 성심 수호대 협력사제 손우배 신부

“그저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물길”

신심행위는 교회 안의 보물

예수 성심과 인격적 만남 통해 사랑의 결실 맺을 수 있게 돼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창조주를 사랑하기 위함이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넘쳐 이웃과 세상에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예수 성심 수호대의 한국 활동을 돕고 있는 손우배 신부(예수회,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 한국 책임자)는 신앙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예수 성심 안에 머무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대째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힌 손 신부는 영성을 지성적인 측면에만 중점을 두고 이해하려는 현재 흐름을 안타까워했다. “나이가 들면서 지성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선조들의 신앙은 신심으로 이뤄졌죠. 이렇듯 교회 안에서 신심행위는 보물과 같지만, 오늘날은 낡은 신앙으로 여겨버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 손 신부는 신심이 결코 관념적이거나 피상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것은 인격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곧 기도는 마음과의 만남이고 이러한 인격적인 만남이 예수 성심과의 만남입니다.”

손 신부는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예수 성심 수호대 활동에 대해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무는 것’과 ‘예수님 마음을 위로해 드리는 것’ 두 가지로 설명했다. 손 신부는 “하느님께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이를 진심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험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님에게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은 세 명의 제자를 따로 불렀는데, 이는 당신을 지켜주고 위로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면서 “인간이 되신 창조주가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조주가 육화하신 자체가 겸손의 절정에 이른 것이고,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예수님을 위로해 드려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신부는 예수 성심 발현 이후 제정된 성시간 안에서는 청원기도를 잠시 접어 두고, 예수 성심을 위로해 드리는 기도를 하라고 당부했다.

“그저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됩니다. 열매 맺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나무에 붙어 있으면 언젠가 열매는 맺힙니다. 이처럼 예수 성심 안에 머무르면 그분께서 분명 사랑의 결실을 맺어 주실 것입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