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비신자 위한 책 만드는 ‘레벤북스’ 편집장 성 바오로 수도회 김동주 수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4-27 수정일 2020-04-28 발행일 2020-05-03 제 319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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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밖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 전할 수 있어 기뻐”
성바오로출판사의 자회사
복음의 가치 중점적으로 담고 신자 아닌 저자의 글도 다뤄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건강한 책 전하는 것이 취지”

레벤북스 편집장 김동주 수사는 “레벤북스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겠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가 생각한 것을 생각하고, 그리스도가 원하신 것을 원하며, 그리스도가 느낀 것을 느꼈던 성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던 성 바오로 사도의 사도직은 장소나 장벽을 뛰어넘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했으며 당대의 미디어 수단을 모두 활용해 복음을 전파했다.

그의 정신은 성 바오로 수도회를 통해 지금까지 이 땅에 전해지고 있다. 1913년 알베리오네 신부에 의해 이탈리아에 설립된 성 바오로 수도회는 1962년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미디어를 통한 복음전파의 사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동안 책과 오디오, 팟캐스트 등을 통해 신앙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성 바오로 수도회가 새로운 시도로 그 역할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로 ‘레벤북스’를 통해서다. 독일어로 생명, 가장 귀중한 것을 뜻하는 ‘레벤(Leben)’에서 가져온 레벤북스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지난해 9월 문을 열고 첫 책의 출간 준비를 마친 레벤북스의 편집장 김동주 수사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성 바오로 수도회는 이미 성바오로출판사를 통해 영성, 성경, 전례, 교리 등 신앙적인 내용의 책들을 발간하고 있다. 성바오로출판사의 자회사 개념인 레벤북스는 복음전파라는 목적은 같지만, 다른 내용으로 사람들과 만난다.

김동주 수사는 “성바오로출판사를 통해 복음전파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가르침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가 수도회 안에서 꾸준히 있어왔다”며 “2018년 수도회 총회 때 이러한 의견이 다시 대두됐고,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성바오로출판사로 책을 출간하면서 종교단체에서 발간한 책이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레벤북스 설립에 힘을 실었다.

김 수사는 “성바오로출판사의 책이 종교적으로 분리가 되다보니 가톨릭교회 안에서만 소비되는 점에 아쉬움이 많았다”며 “신앙인들에게 좋은 내용을 전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의 가치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레벤북스는 복음말씀을 앞세우기보다 사랑, 용서, 평화, 생명 등 복음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책의 저자 역시 가톨릭 신자로 국한하지 않는다. 김동주 수사는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좋은 책, 건강한 책, 활기를 주는 책들을 전해드리는 것이 레벤북스의 취지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수도회에 뿌리내린 두 개의 출판사. 종이책이 외면받는 요즘, 레벤북스의 시작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동주 수사는 “그리스도를 알리기 위해 세상 끝까지 달려갔던 성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따르고 있기에 레벤북스의 시작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레벤북스는 성 바오로 사도의 뜻을 따라 하느님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