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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 영성」 펴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허성석 신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12-30 수정일 2019-12-31 발행일 2020-01-05 제 317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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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152쪽/1만2000원/분도출판사
하느님 섭리와 은총으로 살아온
수도 사제가 보내는 영적 편지
신앙생활 본질과 핵심 일깨워

허성석 신부는 “하느님의 제자인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신앙생활의 본질과 핵심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삶으로 향해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로마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교에서 수도승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 수도원, 화순 수도원, 서울 수도원을 거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본원장 소임을 맡고 있는 허성석 신부.

수도자로 걸어온 30여 년의 시간들이 “숱한 오류와 잘못을 저질렀고 넘어짐의 연속이었지만, 그 전 과정을 이끌어 오신 하느님의 섭리와 그 안에 스며있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발견하는 은혜로운 기회”였다고 밝힌 허 신부는 지나온 삶의 편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바닥 친 영성」은 주님의 뜻을 따라 묵묵히 수도자의 길을 걸어온 한 사제의 영적 편지다.

이 책은 ‘내려놓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백과 무위의 지혜’, ‘영적 다이어트’로 이어지는 글을 통해 허 신부는 ‘물러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물건이나 재물, 명예나 권력, 건강과 일은 물론이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집착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잡으려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합니다. 내 안에 자아가 단단하지 못하기에 외적인 것에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문제에서 벗어나 고요와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시간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태오 복음 11장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삶의 방향이라는 설명도 허 신부는 덧붙인다.

“겸손은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특히 수도승 영성에서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하느님의 엄위하심과 우리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런 의미에서 허 신부는 겸손은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허 신부는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주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겸손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에 담긴 35개의 글에는 허 신부가 수도 사제로 걸어온 녹록치 않았던 시간들이 켜켜이 담겨있다. “지난 글들을 정리하며 내가 수도생활을 시작하며 가졌던 처음의 열정을 새롭게 떠올랐다”는 허 신부는 “그 시간 동안 모습도 마음도 변화가 있었겠지만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이 나를 끌어오셨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은 한 가지다”라고 말했다.

수도사제로 살아온 시간들을 되짚으며 그리스도인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 허 신부가 건네는 조언은 귀 기울일만하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그런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길 수 있죠. 하느님의 제자인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신앙생활의 본질과 핵심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삶으로 향해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바닥 친 영성」이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