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 고산본당, 판공성사표 온라인 시스템 구축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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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갖다대니… 판공성사 확인 완료

휴대전화 문자로 개인 바코드 발송
시간 절약하고 종이도 아낄 수 있어

대구 고산본당 주임 정삼덕 신부가 12월 15일 성당 입구에서 신자들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판공성사표의 바코드 인식을 돕고 있다.

“종이 판공성사표 따로 챙길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오면 성사 인정이 되니 너무 편해요.”

판공성사가 한창인 12월 15일 대구 고산본당(주임 정삼덕 신부)의 고해소 앞 길게 늘어선 줄은 여느 본당 모습과 같았다. 그러나 본당 입구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사뭇 달랐다. 판공성사를 보러온 신자들은 1층 사무실 앞에 설치된 바코드 인식기로 다가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휴대전화에 뜬 바코드를 인식시키자 옆에 놓인 노트북 화면에 신자의 교적이 표시됐다. 채 2~3초도 걸리지 않는 사이 판공성사 확인이 완료된 것이다.

이날 성사를 본 정홍국(베드로·68)씨는 “나이든 사람들은 신기한 기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지만, 오히려 당연한 변화라고 받아들이는 자녀들을 보고 새삼 놀랐다”면서 “너무나도 빠른 시대의 변화에 본당도 이제야 적응해 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판공성사표의 온라인화를 처음 생각해낸 것은 주임 정삼덕 신부. 정 신부는 “대중교통을 탈 때도 물건을 살 때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종이성사표를 직접 찾아가 전달하고 그 성사표를 다시 성당으로 가져와 함에 넣는 ‘오프라인 시스템’의 불편함을 개선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신자 프로그래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정 신부의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두 달 여. 모두가 “과연 될까”했던 시도였지만, 성탄을 앞둔 11월 28일 전체 신자들에게 판공성사 참여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었다. 문자를 받은 신자들은 판공성사 전후 휴대전화로 받은 문자메시지의 링크에 접속해 개개인의 바코드를 본당 1층에 설치된 인식기에 인식시키면 판공성사 확인이 완료된다. 판공성사표 출력에 사용되는 종이를 아낄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부차적 성과였다.

또한 문자 발송을 위해 신자들의 ‘바뀐 새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인 신자 관리에도 도움이 됐다. 부모에게 전해지던 성사표를 자녀 개개인의 휴대전화로 발송할 수 있어 청소년·청년들의 참여의식 또한 높일 수 있게 됐다. 문자발송 2주, 이미 300여 명의 신자들이 종이성사표 없이 판공성사를 봤다.

정 신부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신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사목활동을 하면서 신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번거롭고 편하게 성당에 올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