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 천주교회 여성 평신도 최초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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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배순희·김미진씨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오른쪽)가 배순희(가운데)·김미진씨에게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 수여증과 훈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평신도에게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Crux Pro Ecclesia et Pontifice)이 수여됐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12월 9일 오전 10시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봉헌된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 중 배순희(아가타·65·대전 복수동본당)씨와 김미진(아녜스·60·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씨에게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전달했다.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은 성직자 혹은 평신도가 받을 수 있는 교황청 명예 메달 혹은 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된다. 이 훈장은 교황 레오 13세가 1888년 7월 16일 사도 서한을 통해 자신의 사제 수품 50주년을 기념해 제정했다. 이후 교회와 교황을 위해 탁월한 봉사를 한 사람에게 이 메달을 수여하는 전통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흥식 주교는 “예수님은 철저히 남성 중심의 유다 사회에서 여성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어떤 차별도 하지 않으셨고 하느님 나라에서 누구도 제외되지 않음을 보여주셨다”며 “오늘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모범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 준 두 분의 여성 신자를 훈장 수여 대상으로 추천해 교황님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순희씨는 평범한 가정 주부로서 열심한 신앙생활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교구 여성연합회장, 한국가톨릭여성연합회장, 대전 복수동본당 사목회장 등 끊임없는 봉사활동을 해 왔다. 특히 대전교구 시노드 당시 평신도분과위원장 등 교구 평신도 대표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신도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김미진씨는 남편 임영진(요셉)씨와 함께 ‘성심당’ 빵집을 운영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500여 명의 회사 직원과 동반자적 성장을 추구해 왔다. 특히 포콜라레 영성을 살아가며 ‘새인류운동’과 ‘모두를 위한 경제’ 기업의 한국대표로 활동하며 꾸준한 기부와 모범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배 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른 많은 훌륭한 평신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광을 주신 것에 대해서 참으로 감사하다”며 “교구의 모든 여성들을 대표해서 훈장을 받은 것으로 여기고 교회와 이웃을 위해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포콜라레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가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새인류운동’과 ‘모두를 위한 경제’를 통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앞으로 더욱 세상과 인류를 위해 기도하시는 교황님의 뜻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