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무료급식소 봉사 20년 한성희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10-15 수정일 2019-10-15 발행일 2019-10-20 제 3166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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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 돕는 자체가 기쁨이죠”
안나의 집 무료급식 봉사
다리 다쳐 목발 짚고서도 봉사하러 나갈만큼 헌신적
15년째 독거 어르신 방문도

한성희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 현장에 있으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체가 기쁨입니다. 그분들을 위해 쌀을 가져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저절로 힘이 납니다. 봉사를 마치고 느끼는 뿌듯함과 행복감은 말로 표현 못 합니다.”

한성희(아기 예수의 데레사·81·제1대리구 보정본당)씨는 매월 첫째와 셋째 목요일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성남 안나의 집 무료 급식소 봉사에 나선다.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조리 봉사를 한다.

한씨는 안나의 집에서 첫 손에 꼽히는 장기 봉사자다. 1998년 안나의 집 설립 초기부터 시작한 봉사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20년 넘게 건강한 모습으로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는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봉사의 기쁨’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왼발이 골절돼 깁스한 상태에서도 안나의 집을 찾는 이들에게 ‘밥 한 그릇이라도 맛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목발을 짚고 조리장에 나선 적도 있다. 그만큼 봉사는 그가 하느님 안에서 항상 기쁘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은 봉사를 하는 데 있어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잘 살아갈 때 후배들도 잘살게 되고 세상이 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나의 집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대표 김하종 신부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변변한 조리도구도 없이 드럼통에 국을 끓이고 내일 먹거리를 걱정하면서도 급식소 운영에 헌신하는 김 신부 모습에 “어떤 일이든 도와야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게 됐다.

사실 한씨의 봉사는 안나의 집을 알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경부터 성 라자로 마을에서 20년 가까이 후원회 총무를 하며 물질적 신체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몸에 익혔다. 고(故) 이경재 신부와의 인연이 가난한 이웃과 봉사에 눈을 뜨게 한 것이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본당 사회복지분과장,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및 연령회원 활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부터는 본당에서 65세 이상 신자 모임 ‘요아킴안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 쪽방촌 독거 어르신 방문도 15년여 동안 지속하고 있다.

한씨는 “봉사를 통해 겸손을 배우고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고 주변을 살펴보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면서 “나의 발걸음과 손길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봉사 현장에 있고 싶다”는 그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 늘 되새기며 바로 내 옆의 이웃에서부터 힘든 건 덜어주고 있는 것은 나눠주는 그런 신앙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